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빚투(빚 내서 투자)는 정상적인 수요곡선을 바꿔놓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최근 증시 호황과 관련해 ‘빚투’가 일반 투자자에게 미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대해선 세수가 늘어나면서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혜택이 확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건 사실이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에 오르는 것도 큰 요인”이라며 “다만 단시간에 급하게 올라갈 경우엔 여러 가지 시장을 둘러싼 행태변화가 생길 수 있고, 대표적인 게 ‘빚투’”라고 말했다.
그는 빚투가 수요곡선을 왜곡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 총재는 “정상적인 수요 곡선은 우하향 곡선인데 가격이 낮을수록 많이 사는 것”이라며 “빌린 돈으로 투자할 때는 가격이 내려가면 더 사는 것이 아닌 기계적으로 팔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자금이 회수되면서 수요곡선이 정상적인 형태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경했다.
이어 “일각에선 빚투를 하더라도 자기 판단 아래 투자하는 것이 왜 나쁘냐고 얘기할 순 있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투자자에게 미칠 외부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며 “작은 충격이 큰 시장 조정으로 이어진다면 빚투를 안 한 사람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신 총재는 “당분간 ‘빚투(빚내서 투자)’가 시스템 리스크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스템 리스크가 되려면 다른 부문과 연결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개별 시장으로 봐도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2000년대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조적 사례로 언급했다. 닷컴버블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지수가 급격히 오르다 큰 폭의 조정을 겪었지만, 시스템리스크는 제한적이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모기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버블이 붕괴하면서 대형은행 등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으로 이어졌고, 이는 실물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이처럼 특정 시장에 머무는 충격은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레버리지가 얽혀 있으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사이클 오래 지속…재정 통해 낙수효과”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올려잡았다.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수출 호조세 등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 최근 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7% 증가하며 전망치(0.9%)를 크게 웃도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신 총재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 “단기간에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성장세가 상향 조정된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기 보다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인해 국민 전체에 낙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신 총재는 “임금이 오르고,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설비투자와 건설경기도 플러스 전환되는 등 전반적으로 미치는 온기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게 재정에 대한 기대. 수입이 좋으면 법인세를 내기 때문에 세수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 증가는 국민 전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현상이고, 삼성전자 노사합의에 따른 성과급에는 소득세가 있기 때문에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노사 간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고, 성장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를 볼 때 임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임금 상승에 따른)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증가시키면 그에 대한 물가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한국은 양극화가 워낙 큰 문제라 이를 심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