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6)
‘대형마트 새벽배송’ 논의 본격화…“24시간 경쟁, 동네슈퍼 못 버텨” 반발

‘대형마트 새벽배송’ 논의 본격화…“24시간 경쟁, 동네슈퍼 못 버텨” 반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법안소위 회부…마트 새벽배송 논의 본격화
소상공인 반발 정면 충돌…“구조적 대책 없이 골목상권 몰락 가속화”
새벽배송 허용시 노동 문제 지적도 확대…“심사 과정 진통 불가피”

승인 2026-05-29 06:00:05
수도권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이다빈 기자
수도권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이다빈 기자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14년간 유지돼 온 대형마트 규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온라인 소비 확산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업의 요구와 골목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소상공인과 노동계 반발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4건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가운데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SSM의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유지하도록 했다. 대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적용되는 영업 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위한 상품 포장·반출·배송 업무는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건은 법안소위 논의를 거쳐 산자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등을 통과하면 최종 시행이 본격화 될 수 있다. 다만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업계와 소상공인·전통시장 측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형마트와 SSM은 월 2회 의무휴업과 함께 새벽 시간대 영업·배송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가 당초 취지였던 골목상권 보호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업계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불편 등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온라인 유통업체 11개사 매출은 7.5%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6.6%, SSM은 6.9% 감소했다. 산업부는 소비 흐름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 업종이 2024년 2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매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마트의 주력 품목인 식품군 매출은 지난 3월 18.2%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도 9.4% 줄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단체와 노동계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골목상권 붕괴와 노동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의무휴업 규제가 사실상 마지막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는데, 새벽배송까지 허용될 경우 오프라인 지역 상권의 경쟁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쿠팡발 배송 경쟁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야간·초심야 노동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경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은 “월 2회 의무휴업은 그나마 소비자들의 발길을 골목상권으로 돌리는 최소한의 장치 역할을 해왔는데 대형마트 새벽배송까지 허용되면 그마저도 무력화될 수 있다”며 “동네 상권은 문을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에 한계가 있지만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사실상 24시간 유통 경쟁 체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라 결국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의 몰락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새벽배송 허용은 현재 유통산업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소상공인들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조 속에서 상권을 지키기 위해 온플법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적 대책 없이 국내 대기업 유통사의 경쟁력 강화만을 위한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국현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정부가 쿠팡에 대한 규제 논의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쿠팡과 대형마트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초심야 시간대 작업이 확대되면 배송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온라인 주문 상품을 선별하는 ‘픽커’ 직원과 물류·납품 노동자들까지 다함께 야간 노동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의 새벽배송 체계 역시 과거부터 노동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새벽배송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동 문제에 대한 대책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간 반발이 거세지면서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단순히 새벽배송 허용 여부를 넘어 전통시장 보호, 플랫폼 규제, 노동환경 문제까지 얽혀 있는 사안”이라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논의가 더 민감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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