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최근 회사의 성과급 체계를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개인주주 행동주의가 배당·자사주 중심에서 보상체계와 노사합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기존 행동주의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정책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직원 성과급과 노사합의 문제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국민들의 자산 형성 중심축이 근로소득에서 금융투자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개인주주들의 권리 의식이 기업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6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에 반대하는 개인주주 결집률은 0.09% 수준으로 집계됐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장에서는 단순 온라인 여론 형성을 넘어 실제 주주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주명부 확보, 법적 권리 행사 예고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등을 포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일부 소액주주 단체들은 사업성과(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구조가 주주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안 무효 확인 소송을 준비 중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연동하는 구조는 사실상 주주 배당 재원을 침해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추진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동행노조가 제기한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동섭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은 “급여는 회계장부상 이미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에 반영돼 있다”며 “기본 급여 지급 이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다시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는 주주 권익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성과급 논란이 아니라 국내 개인주주 행동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행동주의가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정책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성과급과 노사합의 영역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과 개인주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변화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ACT 측이 삼성전자 주주명부 열람·등사에 성공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단순 온라인 항의를 넘어 상법상 주주권 행사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주주단체들은 확보한 명부를 바탕으로 지분 결집과 조직화에 나서고 있으며 향후 임시주주총회 소집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 상법상 지분 1.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소액주주 권리 행사 기준인 1% 이상 지분 결집에 성공할 경우 검사인 선임 청구와 주주대표소송 등도 가능하다. 이날 주주대표 후보자 등록 기간이 마감됐으며 현재까지 2명이 지원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개인주주들이 실제 대표 체계와 행동 조직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흐름으로 보고 있다.
“고용안정·고보상 혼합 구조 결과” 의견도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한국 노동시장 특유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고용 유연성이 큰 대신 성과보상이 강하고, 유럽은 고용 안정성이 높은 대신 성과급 규모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고용 안정성과 고강도 성과보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규식 변호사는 “고용 안정성이 높은 구조에서 미국식 고강도 성과보상까지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은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고정적으로 성과급화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 측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선행 투자와 업황 변동 위험을 감수하는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수십조원 규모 설비투자와 업황 리스크를 부담하는 만큼 영업이익 상당 부분은 위험 부담의 대가라는 논리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실적 회복 과정에서 임직원 기여 역시 컸다는 점에서 성과급은 정당한 보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란이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상법 개정,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주주권 강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행동주의의 범위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주주가 기업 경영과 보상체계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과 지배구조를 넘어 인건비와 노사합의 영역까지 파고든 개인 행동주의가 향후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