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밀가루 담합 사건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일부 제분사의 경우 부과된 과징금이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5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한제분·사조동아원·대선제분 등은 과징금 규모가 영업이익의 3배를 넘었고, 삼화제분과 한탑은 1년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하는 과징금을 떠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8일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 물량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이들 7개 제분사의 지난해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총 87.7%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의 점유율만 62.0% 수준이다. 업체별로는 사조동아원이 23.6%로 가장 높았고, 대한제분 21.6%, CJ제일제당 16.8%, 삼양사 10.6% 순이다.
특히 업체별 실적 대비 과징금 규모가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한제분은 영업이익 474억7300만원을 기록했지만, 이번에 1792억7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영업이익의 약 3.8배 달했다.
사조동아원 역시 영업이익 500억2100만원 대비 1830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과징금 규모가 영업이익의 약 3.7배에 달했다. 대선제분도 영업이익 105억9700만원의 약 3.6배 수준인 384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중소 제분사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삼화제분은 영업이익이 43억7800만원에 그쳤지만 과징금은 194억4800만원으로 영업이익의 약 4.4배 수준이었다. 한탑도 영업이익 41억2600만원 대비 약 5.9배 수준인 242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삼양사 역시 영업이익 774억8700만원보다 많은 947억8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영업이익이 2758억35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만큼, 과징금 1317억100만원은 영업이익의 약 0.5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앞서 이들 업체는 총 24차례에 걸쳐 라면·제과·제빵 업체 등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공급 물량과 공급 순위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분사들은 국제 원맥 가격 상승기였던 2020~2022년에는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해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했고, 이후 원맥 가격이 안정된 2023년 이후에는 가격 인하 폭과 시기를 최소 수준으로 맞추며 인하를 늦춘 것으로 조사됐다. 농심이 가격 인하를 요구했음에도 최소 인하폭만 반영하거나,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오히려 가격 인상을 합의한 사례도 포함됐다.
정부의 물가 안정 지원사업 기간에도 담합은 이어졌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해 제분사들에 총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공정위는 업체들이 해당 기간에도 담합을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판매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초기인 2019년 말 대비 업체별로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참여 업체들은 경쟁 없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하는 제분사들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약 6년에 걸쳐 은밀하게 실행한 담합을 적발한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밀가루와 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 등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