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에게는 제각각의 ‘목소리’와 ‘손가락무늬’가 있다. 성문(聲紋)과 지문(指紋)이다. 성문은 고유한 목소리 무늬가 있지만, 숨기거나 위조할 수 있다. 유괴범이나 전화금융사기 범죄자들이 목소리를 위조해 범행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반면 지문은 그 모양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 위정자들은 초심이 그대로 묻어있는 ‘지문’ 수준의 ‘성문’을 유지해야 하는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목소리의 무늬를 변형하거나 위조한다면 유권자와의 약속을 거스르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 상식은 더욱 철저한 검증을 받는다. 네거티브와 용두사미 정책, 묻지마 공약이 대표적이다.
말과 글은 그 사람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화자와 글쓴이의 성품도 녹아 있다. 지적 수준과 인간 됨됨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말하는이의 변형된 ‘성문’은 한순간에 무식한 면모를 만천하에 드러내기에 십상이다. 말과 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의 경계가 없다. 기자회견의 ‘말’과 보도자료의 ‘글’이 내포한 책임감은 선거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6·3 지방선거(원주시장)가 절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로 대표되는 ‘돌연변이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원주시장 후보의 상대방 의혹 제기는 앞서 설명한 ‘성문’의 한 부류란 게 지역 정가의 분위기다. 프레임 짜깁기를 통한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는 정책선거를 약속한 ‘목소리 무늬 변형’이다. 광장에 나온 의혹을 해명하고 반박하는 후보의 ‘성문’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후보의 ‘성문’도 잠시나마 원치 않는 외도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흑색선전에 동원된 성문은 초라한 변신으로 치부된다. 그 성문을 뒷받침해야 하는 글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난파선에 비유된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표현이 적당할지 모른다. 원주시장 후보들은 5월 19일부터 3차례에 걸친 TV 토론회에 등판한다. 누구의 성문이 덜 오염됐는지 판단할 기회다. 다행히 TV 토론회는 나름의 테두리에서 변형된 성문을 판별하는 장치가 장착됐다. 법적 책임이 따른다. 광장에서 떠들던 성문과 SNS 퍼 나르기는 철퇴를 맞는다.
정책선거의 핵심인 활자화된 선거 공보물은 ‘지문’이다. 성문과 달리 변신할 수 없다. 후보들은 조만간 선거 벽보와 공보물을 제출해야 한다. 원주시장 후보들의 정책과 이력, 재산 등 모든 개인정보가 담긴 공보물이 유권자의 손에 쥐어진다. 18만부에 달하는 방대한 물량이다. 유권자에게는 교과서다.
지방선거 투표일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시대로 변하고 AI라는 신문물이 나와도 종이에 활자화된 선거 공보물은 어김없이 우편함 한편을 채운다. 한땀 한땀 적어간 선거 공보물에는 네거티브도, 흑색선전도, 설 공간이 없다. 뜬소문과 흑색선전이 넘나드는 스마트폰을 잠시 던져주고 단 하루만이라도 공보물을 탐닉해 보자. 또 집 거실 TV 앞에서 후보자 토론회도 시청하며 순수한 아날로그 추억에 잠겨보는 게 어떨까. 단 하루라도 ‘변형된 성문’이 점령한 모바일기기를 물리치고 ‘지문’처럼 변하지 않는 공보물과 만나는 ‘레트로(복고풍) 데이’를 기대한다. 원주시장 후보 사용설명서는 ‘선거 공보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