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스위스·덴마크처럼 한국도 빅파마 가능”…K-바이오 도약 조건은

“스위스·덴마크처럼 한국도 빅파마 가능”…K-바이오 도약 조건은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K-신약 생존 전략 제시
“AI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HLB,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美FDA 승인 집중

승인 2026-05-12 10:56:31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12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HLB그룹 제공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12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HLB그룹 제공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해선 단일 파이프라인이나 특정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조적 생존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HLB 포럼’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은 신약개발 또는 바이오산업의 중흥과 비약에 있다”며 “K-바이오는 이제 국가 경제의 다음 성장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한국 경제 성장의 역사 속에서 신약개발 산업의 의미를 짚으며 K-신약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구조적 생존’을 제시했다. 신약 개발은 수많은 후보물질 중 극히 일부만 최종 신약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인 만큼, 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다양한 투자와 펀딩,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단장은 “신약 개발 과정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임상, 3상, 산업화까지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특히 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은 매우 힘든 구역”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이 국가 전략 경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은 임팩트가 큰 산업이 되면서 각국이 전략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분야가 됐다”며 특히 중국의 성장세를 비중 있게 언급했다.

박 단장은 “과거에는 중국 데이터의 신뢰성이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데이터의 질적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며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규모도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중국은 우리가 협력해야 할 중요한 국가가 됐다”며 “HLB그룹이 항서제약과 협업해 온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HLB가 개발한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은 지난 2007년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 후 현재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미국 간암 1차 치료제 승인에 도전 중이다.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모달리티도 K-바이오가 주목해야 할 핵심 축으로 꼽았다. 박 단장은 “AI 트랜스포메이션은 제약산업뿐 아니라 전 산업의 토대가 되고 있으며, 신약 개발에선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AI가 신약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약 개발에서도 AI는 비용, 기간,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달리티 다변화와 관련해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 기반 치료제, mRNA(메신저 리보핵산) 치료제 등을 언급했다. 박 단장은 “새로운 모달리티는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적합한 분야”라며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우수하고, 일부 분야는 태동한 지 20~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충분히 따라잡고 극복하고 리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했다. 박 단장은 “K-신약 개발에는 아직 블록버스터 신약 부재, 연구개발(R&D) 자본 부족, 글로벌 경험 부족이라는 과제가 있다”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제약 강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절대적인 경제 규모가 작다. 결국 선택과 집중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HLB그룹에 대해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한 사례로 평가했다. 박 단장은 “HLB그룹이 지난 20여년간 투자한 비용, 열정, 경험은 앞으로 한국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험 부족이라는 과제 역시 HLB그룹이 돌파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보유 기술 중심이 아니라 미충족 의료수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축이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미래 신약 개발의 승부는 단일 기술 보유가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과 구조적 설계에 있다고 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전략 모델도 제시했다. 박 단장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두고 “핵심 질환 영역과 기술 플랫폼의 정밀한 교차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앤존슨에 대해선 “기술에 갇히지 않고 질병에 따라 최적의 모달리티를 유연하게 선택한다”고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선 “AI 기반 연구, 임상, 제조를 연결하고 실패를 다음 성공의 레시피로 전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단장은 한국에서도 글로벌 빅파마가 탄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위스와 덴마크 사례를 들며 “스위스와 덴마크는 우리나라보다 면적과 인구가 작지만 로슈,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같은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뒤처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고 우수한 인재가 이 산업으로 유입된다면 단기간 내 한국에서도 빅파마가 탄생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 빅파마가 HLB그룹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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