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3)
“기술력만으론 부족하다”…글로벌 투자자들이 말하는 K-바이오 ‘성공 전략’

“기술력만으론 부족하다”…글로벌 투자자들이 말하는 K-바이오 ‘성공 전략’

‘바이오 코리아’ 해외 벤처캐피털 전문가 간담회
韓 바이오 ‘제조 역량’ 강점…CDMO 능력 인정
바이오 투자서 ‘차별화·혁신’ 방점…“미충족 의료 수요 주목”
“올바른 적응증 식별, 제대로 된 임상시험 설계 중요”

승인 2026-04-29 06:00:08
(왼쪽부터) 장-크리스토프 르농댕(Jean-Christophe Renondin) 베살리우스 바이오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양펑(Frank Yang) 블루 오션 케피탈 창립 파트너 겸 최고경영자, 제이슨 힐(Jason Hill) 버티컬 VC 최고전략책임자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6’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신대현 기자

한국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해외 자본 유치와 시장 확장을 위해선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제 우수한 과학기술과 임상 데이터뿐 아니라 미충족 의료 수요, 사업개발 역량, 글로벌 시장 진입 전략, 거버넌스 투명성, 단계별 자본 조달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벤처캐피털(VC) 및 투자 전문가들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6’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 정밀의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잠재력은 크지만, 이를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현지 시장에 맞게 연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이슨 힐(Jason Hill) 버티컬 VC(Vertical VC)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는 한국 바이오 투자 시장이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AI 진단, 정밀의료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술력이 글로벌 투자 유치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는 “한국 기업들은 뛰어난 과학기술과 임상 데이터를 갖고 있고, 개발 속도도 전 세계 기준으로 빠르다”면서도 “기술적·과학적 장점을 유럽 투자자나 기업 파트너가 이해하고 설득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해당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중요한지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파트너십이 형성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크리스토프 르농댕(Jean-Christophe Renondin) 베살리우스 바이오캐피털(Vesalius Biocapital)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도 한국 바이오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는 초기 단계 바이오텍과 의료기기 기업이 많고, 이들 기업이 한국 시장 밖으로 나가 글로벌 확장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강점으로는 ‘제조 역량’을 꼽았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고, 바이오 분야에서도 위탁개발생산(CDMO) 능력이 세계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바이오텍과 제약 산업 발전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지목한 CDMO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 78만5000리터(ℓ)를 확보하며 빠르게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 중에선 생산능력(케파)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인수를 완료한 미국 록빌 공장(6만ℓ)까지 합산하면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ℓ까지 증강될 전망이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글로벌 투자 관점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처럼 한국 기업도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고 재무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할 때도 기업공개(IPO)만을 출구 전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경영진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펑(Frank Yang) 블루 오션 케피탈(Blue Ocean Capital) 창립 파트너 겸 최고경영자(Founding Partner & CEO)는 바이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차별화’와 ‘혁신’을 들었다. 특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펑 CEO는 “아직 수많은 질환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임상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신경과학 분야나 암처럼 사망률이 높고 치료 성과가 충분하지 않은 질환에서 의료적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짚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투자 관심 분야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양펑 CEO는 “전통적으로 바이오테크에 투자해왔고, 종양학, 대사질환, 심혈관질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분자 기술, RNA 의약품, 짧은 간섭 RNA(siRNA) 치료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뇌과학과 BCI 분야에도 주목했다. 그는 “뇌과학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주력해 투자하는 펀드도 갖고 있고, 치료제 외에도 센서 기술, 모듈 기술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과학자들과 만나보니 이 분야가 매우 고무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과 유럽 간 협력 통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는 “특히 북유럽은 정치적 안정성, 규제 투명성, 주요 지정학적 갈등의 부재라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유럽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북유럽의 안정성에서 큰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가 활발하고 헬스케어 생태계가 성숙한 북유럽에서 성공한 경험은 유럽 내 다른 시장을 여는 데 효과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북유럽은 1980년대부터 환자 기록을 디지털화해 데이터 품질과 접근성이 뛰어나다”면서 “핀란드는 2025년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록적인 자금 유치를 했고, 북유럽에는 800개 이상의 바이오텍 기업과 900개 이상의 임상 자산이 있다”고 소개했다.

신약 개발 기업에는 임상 단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올바른 적응증을 식별하고 임상시험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임상에서 임상 1상, 2상, 3상까지 여러 단계가 있는데, 정말 획기적인 신기술이 아니라면 요즘 빅파마들은 임상 1상까지만 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요즘 제약사들이 임상 실패 리스크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인체 안전성뿐 아니라 효능까지 증명하는 임상 2상 단계까지는 발전시켜야 빅파마 투자나 파트너십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향후 ‘메가 트렌드’로는 정밀의료가 꼽혔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이야기돼 온 정밀의학이 AI 모델의 발전으로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개인의 DNA를 기반으로 개인의 질병을 분석하고 치료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끝으로 양펑 CEO는 미국과 유럽 등의 기존 거대 시장만 바라보고 투자하기 보다는 다양한 나라에서 복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아시아 시장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13억 인구를 갖고 있고, 혁신 기술에 우호적인 정책도 있다”며 “더 넓게는 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시장으로 보고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도 방점으로 찍혔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는 “빅파마뿐 아니라 의료체계 역시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생명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며 “멀리 떨어진 회사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까운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며 어떤 가치를 함께 만들 수 있는지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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