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기초연금‧아동수당, 신청 없이 받는 길 열렸다…李정부 ‘적극 복지’ 대전환  

기초연금‧아동수당, 신청 없이 받는 길 열렸다…李정부 ‘적극 복지’ 대전환  

복지부, ‘위기가구 지원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방안’ 보고
신청주의 개선 첫걸음…보편 급여, 자동신청으로 전환
위기가구 발굴해 보호한 공무원, 포상금 지급

승인 2026-05-12 13:15:23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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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아동수당, 부모급여 등 보편적 복지급여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지급될 전망이다.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같은 선별급여 역시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청한 것으로 간주해 지급할 방침이다. 또한 위기가구 발굴해 보호한 공무원은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위기가구가 직접 신청해야만 지원이 이뤄지던 기존의 ‘신청주의’ 복지의 한계를 허물기 위한 조치다. 이재명 정부가 신청해야만 서비스를 제공하던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적극적 복지로 정책 기조를 확 바꾼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아동수당, 신청 안 해도 준다…기초연금도 수급자격 확인 후 지급

가장 큰 변화는 보편급여를 자동지급으로 전환하는 점이다. 기존에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 등 보편복지 급여의 경우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출생 신고만 하면 급여가 자동으로 지급되도록 개선한다.

수급 자격이 있는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선별급여도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지원에 나선다. 수급탈락자나 다른 선별급여의 기존 수급자에 대해선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신청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수급자격을 확인 후 지급하도록 한다. 급여를 신청한 적 없더라도 복지멤버십 가입자에 한해 연 2회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수급 가능성을 안내한다.

복지급여를 신청 없이 자동지급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아동수당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총 6개의 법안을 손볼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울산 울주군에서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세대 현관 전경.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울산 울주군에서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세대 현관 전경. 연합뉴스
전기‧수도 사용량 변화로 위기가구 찾아낸다
 
이번 조치는 최근 위기가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지난 3월18일 울산 울주군에서 생활고에 시달린 30대 아빠와 네 남매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지자체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권고했으나 당사자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엔 60대 남성이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25년간 간병하다 80대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이를 계기로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신청을 하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복지 신청주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라며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위기가구가 신청해야 지원하는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 복지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고도화해 위기가구를 조기에 포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 수도의 사용량의 급격한 변화 등을 변수로 활용해 위기가 심화되기 전 선제적으로 가구를 찾아낸다. 기존에는 3개월 연속 체납 정보만을 활용했다. 1~2개월 단위로 입수하던 위기 정보도 매월 입수해 지자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또 특히 2회 이상 반복해서 발굴되는 고위험 가구에 대해서는 시스템상 별도 알림 기능을 제공해 지자체가 우선 방문하도록 하는 등 지자체 관리도 강화한다.
 
당사자가 복지 지원을 거부하거나 의사 표현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동의 없는 직권 신청’의 실효성도 높인다.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위기 가구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 공무원이 직권으로 생계급여 등을 신청해 선제 지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이때 발생하는 금융재산 조사 장벽을 낮추고, 추후 부적정 수급으로 판명되더라도 담당 공무원의 환수 책임을 면제하는 등 면책 조항을 신설해 현장의 적극 행정을 독려하기로 했다.
 
접촉 자체를 꺼리는 가구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방문 상담 시 생필품 세트인 ‘희망드림 꾸러미’를 전달하는 완충 장치도 도입한다. 공무원이 위기가구를 처음 방문 상담할 때 식료품, 생필품 등 생활물품 세트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신청 단계에서 별도의 공적 지원이 없었다. 희망드림 꾸러미를 통해 위기가구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동·노인 돌봄 부담, 국가가 나눠진다
 
위기 가구 특성에 맞춘 종합 지원책도 담겼다. 울주군 사례와 같은 아동 양육 가구의 비극을 막기 위해 시군구 내 아동‧복지 관련 팀이 ‘공동 사례 관리’를 실시한다. 상황 공유부터 소득·돌봄·정서 지원까지 공동으로 관리해 지원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아동 양육자가 구속되는 경우 수사·재판 과정에서 보호 아동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고, 지자체에 보호 조치를 의뢰하도록 형사 절차도 개선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치매 노인 등을 돌보는 가구를 위해서는 장기요양 단기보호 가능 주야간보호기관과 치매안신병원 등을 확충한다. 특히 보호자에게 휴식을 주는 가족휴가제와 정서 지원을 활성화한다. 자살 시도자의 경우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살예방센터가 즉각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검토한다.
 
정작 발굴해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앞으로는 복지급여 지원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긴급복지 제도의 대상 확대를 위해 위기상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넓히고 금융재산 선정기준 상향도 검토한다. 선정기준에 일부 부합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선 긴급지원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해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한다. 다자녀나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자동차가 준필수재 성격인 현실을 감안, 기초생활보장 자동차 재산산정기준의 단계적 개선도 검토한다.
 
아울러 정부는 이러한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 복지 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2만4000명 수준인 읍‧면‧동 복지 담당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직권 신청 등으로 위기가구를 실질적으로 보호한 공무원과 지자체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유인책도 만든다. 복지부 관계자는 11일 출입기자단 사전설명회를 통해 “단순 업무를 넘어 대상자를 보호하고 지원까지 연결한 공무원에게 확실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지자체 공무원에게 포상금을 주고 우수 사례는 확산해 전국적으로 잘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 업무 효율화를 위해 인공지능(AI)도 활용한다. AI 복지상담 서비스를 도입하고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 추천시스템도 개발한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행정 업무는 자동 처리하고, 급여 적정성 판정과 같은 공무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업무지원 AI를 개발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복지급여 자동지급과 직권신청 실효성 제고를 통한 신청주의 개선의 첫걸음”이라며 “신청해야 지원하는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함께 빈틈없는 복지안전매트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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