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부인과 의사 A씨는 매달 말이면 진료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한다. 환자를 보는 일 자체는 보람 있지만 급여 진료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초음파 장비를 새로 들였지만 관련 수가만으로는 장비 유지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간호사와 직원 인건비까지 제외하면 A씨의 의원은 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이 같은 어려움은 일부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현행 건강보험 체계의 구조적 문제로 ‘원가 이하 수가’를 꼽는다. 의료서비스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장비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의 약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비슷한 수치를 보여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용역으로 2016년 진행된 원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평균 원가 보전율은 69.6%였다. 의료기관 종류별로는 상급종합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로 나타났다.
개원의들은 자신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현재 1차 의료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가 인상률 현실화를 통해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2027년도 수가협상의 목표는 지난 50년 동안 이어온 개원의들의 일방적 희생을 끝내는 것”이라며 “물가와 최저임금이 4~10% 가까이 오르는 동안 환산지수는 매번 비정상적으로 1~2% 정도만 올랐기 때문에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의 저수가 구조가 우연히 형성된 결과가 아니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우선하며 장기간 유지해 온 정책적 결과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1977년 당시 건강보험 수가는 기존 관행 수가의 25~45% 수준에서 시작됐다.
익명을 요구한 개원의 B씨는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필수의료 행위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며 “환자를 많이 볼수록 병원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로 수가 체계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구조는 인구가 늘던 1980~2000년대에는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한 지금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과목은 현재 구조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무너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수가 합리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기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단발성 정책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B씨는 “물가 인상률 이하의 수가 인상률이 이어지면서 일선 의원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을 계속 추진하더라도 실질적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건보공단 연구에서도 원가 이하의 수가가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장기적인 수가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발성 대책만으로는 무너지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