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 개인으로 변경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친족의 ‘실질 경영참여’를 둘러싼 판단을 놓고 쿠팡과 공정위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 확대 등 제도 변화가 예고됐다. 여기에 외교 변수까지 겹치며 이번 결정이 단순 지정 변경을 넘어 규제·정무 이슈로 번지는 양상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쿠팡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은 기존 법인에서 개인인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됐다.
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가장 큰 변화는 사익편취 규제가 본격 적용된다는 점이다. 동일인으로 지정된 김범석 의장과 그의 친족(혈족 4촌, 인척 3촌)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 간 거래가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에 대한 급여, 경영권 승계 관련 거래, 내부거래 등도 공정거래법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오게 된다.
공시 의무도 확대된다. 그동안 미국 법인 중심의 지배구조로 인해 해외 계열사 정보 공개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지정으로 쿠팡Inc를 포함한 해외 계열사의 지분 구조와 거래 현황에 대한 공개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장 일가가 지배하는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경우 관련 내용이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쿠팡 “차별적 규제”…행정소송 예고
쿠팡은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는 부사장 직급이 다수 존재해 일반화돼 있으며, 이를 최상위 등급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의결권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 지배를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은 정기회의가 따로 없는 상시 회의 구조로, 임직원 누구나 수시로 보고와 회의를 진행하는 조직 문화”라며 “회의 주재 횟수를 경영 영향력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상장사로서 이미 SEC 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추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차별적 조치’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쿠팡은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공정위 판단을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실질 지배’ 기준 놓고 공정위-쿠팡 충돌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가 주요 회의를 주재하고 사업 방향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근거로 실질적 경영 참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쿠팡은 지분과 의결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지배력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동일인 판단 기준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양측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 관계자는 “조사 자료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자료에 담기지 않은 구체적인 내용도 있으며, 이를 단순히 ‘경영 참여’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쿠팡은 공정위 발표마다 개별 사안에 대해 반박하고 있지만, 모든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며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유석 씨가 특수관계인으로서 보유 주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돼 이중규제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SEC 공시는 투자자 보호 목적, 공정위 규제는 경제력 집중 억제 목적”이라며 규제의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공시 항목이 중복되더라도 기업 부담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 과정에서 김유석의 영향력과 관련된 추가 사실이 확인되면서 판단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행위 하나만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이번 지정 과정에서 관련 사실관계가 새롭게 확인되면서 기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美 정치권까지 등장…규제 리스크 논란
이 같은 변화는 플랫폼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상장 구조와 외국 국적 창업자를 둔 기업이라도 동일인 개인 지정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마련되면서, 글로벌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감시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번 사안은 외교적 변수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김범석 의장의 신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항의 서한을 보내면서 논란이 촉발됐고, 정부는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측 입장을 설명했으나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적과 무관하게 동일 기준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이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규제 리스크로 인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동일인 지정에는 여러 예외 요건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친족 경영 여부는 판단 여지가 없는 핵심 기준 중 하나”라며 “그런데 김유식이 오랜 기간 경영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해당 요소가 지금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두고 의아하다는 시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대관 업무에 적극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관련 부처가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법과 제도는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동일인 제도 역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등 부당한 이익 추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해외 기업에도 이러한 취지에 맞는 일관된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한국 법인에 대한 책임이 보다 직접적으로 부과되는 구조가 됐다”며 “그동안 불출석 등에 대해 물리적 거리 등을 이유로 제기됐던 한계에 더해 향후에는 법적 책임 문제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 유출 사태뿐 아니라 노동환경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동일인 변경 역시 관련 사안을 계기로 조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공정위는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에 대해서도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 등을 폭넓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