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콜센터 노조 교섭권 인정…노봉법에 고심 깊어진 금융권

콜센터 노조 교섭권 인정…노봉법에 고심 깊어진 금융권

국민·하나은행·KB카드 콜센터 노조 ‘사용자성’ 인정
간접고용 67%·은행 콜센터 90% 외주
원청 교섭 의무화에 ‘외주 전략’ 시험대
인건비 원청 전이…CIR 관리 부담 확대
인소싱·AI 전환 등 콜센터 구조 재편 가능성

승인 2026-04-28 06:00:10 수정 2026-05-08 05:35:02
콜센터 노조 교섭권 인정…노봉법에 고심 깊어진 금융권

좋은 뉴스는 독자의 균형있는 읽기로 완성됩니다.

뉴스 성분표(KuKi Literacy)

뉴스 성분표(KUKI Literacy)란?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쿠키뉴스의 리터러시 장치입니다.

하나의 기사로 사안을 단정하기보다, 핵심과 취재 방식, 함께 봐야 할 쟁점을 살피며 읽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좋은 뉴스는 잘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균형 있게 읽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닫기 ✕
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법·제도 분석, 기업자료
주제 콜센터 하청노조 교섭권이 인정되며 금융권 외주 운영 전반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이번 판단은 특정 사업장 사례로, 다른 금융사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전포인트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인건비·교섭 구조·AI 대체 전략을 어떻게 바꾸는지 함께 읽어보세요

이 사안과 관련한 다양한 기사는 쿠키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KB국민은행·하나은행과 KB국민카드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콜센터(고객센터) 하청 노동조합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콜센터 외주 구조를 기반으로 한 비용·노무 관리 전략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달 초 하청 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국민·하나은행과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판단 이유로는 “고객센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악성 민원 사전 차단·통제,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 개선 등 교섭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 판정으로 세 금융사는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에 나서야 하며,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협의·결정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공공부문에서 민간 금융부문으로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 확대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는 최근 국세청 콜센터 하청노조 사건에서 “민원 응대 기준과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에 관해 국세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며 원청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판단한 바 있다. 공공부문에 이어 은행·카드사로까지 유사한 판단이 나온 만큼, 콜센터 영역에서 원·하청 관계를 둘러싼 추가 판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원청 교섭 의무화…은행 ‘외주 전략’ 시험대

콜센터 고용 구조를 감안하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48개 금융사의 콜센터 직원 중 간접고용 인원은 2만3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67% 수준이다. 은행권만 놓고 보면 콜센터 인력의 90% 안팎이 외주 위탁 고용 형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콜센터 인력 상당수가 간접고용인 구조에서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추가될 경우, 인건비와 노무 리스크가 기존 하청업체에서 원청 금융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청의 직접 교섭 의무화는 여러 노사 이슈와 맞물려 있다. 임금·성과급뿐 아니라 콜 수 기준, 휴게시간, 감정노동 보호 조치 등 교섭 의제가 넓어지면서 금융사의 노사관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용자로 인정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돼 행정·형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중장기 콜센터 조직 재편이 논의돼 온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이 인력 감축과 외주 구조조정 과정에 추가적인 절차·협의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금융권이 주시하는 대목이다. 복수 하청업체와 계약한 은행의 경우 여러 노조와 동시에, 또는 서로 다른 교섭단위와 병렬로 교섭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도 이번 판정의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전체가 아닌 특정 사업장에 한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카드·통신업계 콜센터 상당수는 원청이 상담 스크립트·전산 시스템·성과평가 체계를 설계·통제하는 구조로, 향후 다른 금융사에도 비슷한 판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실상 KB국민은행·하나은행과 KB국민카드가 ‘테스트 케이스’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콜센터를 아웃소싱하는 건 인력 관리의 편의성과 비용 효율을 위한 것인데, 원청이 실사용자로 판명돼 직접 교섭을 해야 한다면 그동안 외주를 통해 얻었던 메리트가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아웃소싱 노동자 정규직 전환?...비용 문제 난관

업계에서는 이번 판정을 계기로 금융권 콜센터 운영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인소싱, 외주 구조를 유지하되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방식, 콜센터 해외 이전, AI(인공지능)로 대체하는 전략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먼저 인소싱의 경우 IBK기업은행이 선례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콜센터 인력을 자회사(IBK시스템)를 통해 이미 정규직화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같은 방식을 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주의 핵심 장점인 비용 절감 효과를 포기해야 하는 데다 직접 감독 체계 구축 부담까지 따르기 때문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4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는 945명의 콜센터 상담사가 근무 중이며 연간 콜센터 용역비용만 544억원에 달한다. 이들을 정규직 수준으로 처우 개선할 경우, 복리후생·교육훈련·안전보건 투자 등 은행 한 곳당 수백억원대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30%대 비용수익비율(CIR) 달성을 목표로 비용 효율화에 공을 들여온 상황인 만큼, 섣불리 고용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웃소싱 유지·해외이전·AI 대체...금융권 고심 깊어져

외주 구조를 유지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계약 구조와 업무 범위, 책임 주체를 조정해 사용자성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근무 환경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가 원청인 이상, 하청 구조를 추가하거나 전산 시스템 운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식의 우회 방안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만약 합법적인 회피 방법이 있었다면 현대차,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진작에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이전 옵션은 다국적 기업들이 활용해온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어 상담 수요가 압도적인 데다 금융 거래 특성상 보이스피싱 등 보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건 AI 대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콜센터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AI로 대체하는 ‘풍선효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보안 우려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AI 상담 비중을 더 키우는 쪽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재 상당수 금융사가 챗봇과 음성인식 기반 상담 시스템을 도입했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단순 조회나 반복 민원은 AI가 처리하고 복잡한 상담만 인력이 맡는 구조로 전환하면 전체 인력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AI 상담 확대가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토스뱅크가 AI 챗봇을 도입해 전체 상담의 70%를 처리했지만 챗봇 만족도는 36%에 그쳤다. 기존 콜센터 이용 고객 만족도는 72%로 두 배 높았다. 지난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AI 상담 이용 경험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4.2%가 서비스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87.5%는 여전히 인간 상담사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자 권리를 높이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실무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장은 KB·하나의 대응과 후속 노동위 판단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