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9일 (6)
담뱃값 11년째 동결, 금연 예산은 뒷걸음질…“정부, 의지 있나”

담뱃값 11년째 동결, 금연 예산은 뒷걸음질…“정부, 의지 있나”

영국, 2009년생부터 담배 평생 구매 금지
한국 담뱃값, 11년째 동결…“1만원까지 올려야”
금연 지원 예산도 10년간 900억원 삭감

승인 2026-05-06 06:05:04 수정 2026-05-08 03:33:47
담뱃값 11년째 동결, 금연 예산은 뒷걸음질…“정부,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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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약 6분
취재방법 전문가 인터뷰, 통계자료, 논문·보고서, 법·제도 분석
주제 한국의 담배 가격과 금연 지원이 장기간 정체된 문제를 보여줍니다.
주의사항 해외 사례와 연구 결과는 각국 제도와 조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담뱃값 인상 논의와 금연 예산 배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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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담배 가격은 10년 넘게 그대로인 데다 금연 사업 예산도 줄었다. 국제사회가 ‘담배 없는 세대’를 목표로 규제 강도를 높이는 사이, 한국의 금연 정책은 장기간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금연 정책 추진 의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담배 없는 세대’ 선언, 국제적 흐름…영국서 법안 통과

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2009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 제품 판매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젊은 세대의 흡연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장기적으로 담배 판매를 사실상 종료하는 초강력 규제책이다. 보수당 정부가 해당 법안을 발의했고, 정권이 바뀐 뒤 노동당 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같은 법안을 시행한 뉴질랜드가 정권 교체 후 정책을 폐기한 점을 고려할 때 영국이 초당적 합의를 이뤄낸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건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공공 예산으로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폐암, 심혈관질환 등 흡연 관련 환자가 늘면 정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현재 잉글랜드에서만 매년 약 40만 건의 흡연 관련 입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약 6만4000명이 흡연으로 목숨을 잃는다. 치료비용만 연간 약 6조원에 달하고, 생산성 손실 등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은 최대 약 5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담배 세수로 거둬들이는 약 16조원의 3.4배에 달한다. 

해외 주요국들도 강력한 담배 규제안을 꺼내들고 있다. 몰디브는 지난해 11월부터 2007년 이후 출생자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2032년, 포르투갈은 2040년까지 ‘담배 없는 세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호주의 경우, 지난 2024년 10월부터 전자담배를 약국에서만 사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담뱃값 11년째 제자리…“1만원으로 인상해야”

반면 한국의 담배 규제 정책은 멈춰 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배 가격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연초’라 부르는 궐련 담배 한 갑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된 뒤 11년째 가격이 그대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누적 19.98% 올랐다. 소비자 물가가 20% 가까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격이 인하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한국의 담배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9869원)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의 담배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담뱃값이 가장 높은 호주는 궐련 한 갑 가격이 약 4만1000원으로, 한국과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프랑스는 약 2만원, 미국은 평균 1만1000원 가량으로 주별로 차이가 크다. 

담뱃세 인상은 국제기구에서도 권고하는 규제 정책이다. 한국이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해 담배 소비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규제 정책으로 권고하고 있다. 

실제 담뱃값 인상이 흡연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23년 대한금연학회지에 게재된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릴 경우 2030년 남성 흡연률은 29.2%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가격 인상폭이 커질수록 흡연율 감소 효과도 커진다”면서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대중의 지지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담배 가격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통해 담배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9869원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담배 가격 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10년 계획상의 중장기 정책 방향”이라며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담뱃값 인상은 정치적 부담이 큰 정책이다.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이 높다는 점에서 서민 증세라는 꼬리표가 붙어왔다. 또 소득이 낮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소득 역진성’을 심화한다는 논란도 있다. 흡연율 감소보다 세수 확보를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이 금연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담뱃값 인상 논의의 걸림돌로 꼽힌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2015년 1435억원에서 2025년 916억원으로 감소했다. 담배 한 갑 4500원 중 841원에 해당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2015~2024년 6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과 역행한다. 담배로 조성된 재원이 금연 보다는 다른 영역에 더 많이 사용되는 구조다. 

금연 정책이 장기간 정체 상태인 점을 두고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해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센터장은 “정부와 국회 모두 금연 정책에 대한 관심이 적고 해결 의지가 낮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흡연률 감소를 위해 담뱃세 인상 등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배 문제를 단순한 기호 소비가 아닌 공중보건 문제로 재인식하고 정책 의제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뱃값 인상의 소득 역진성 우려에 대해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고, 결국 질병 부담도 더 크게 나타난다”며 “가격 정책을 통해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숙 신한대 간호대 교수(전 대한금연학회장)는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특히 담뱃값 인상은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흡연율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 담뱃값은 OECD 국가의 평균인 1만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연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김 교수는 “담뱃세로 조성된 재원이 흡연 예방보다는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금연과 흡연예방을 위해 국민건강증진 기금이 본래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예산 배분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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