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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막아라…병원 기록 없는 아동 5만8000명 전수조사

‘아동학대’ 막아라…병원 기록 없는 아동 5만8000명 전수조사

2029년까지 아동학대 사망 27.5% 감축 목표
장애아동 학대 대응 강화…“건강한 성장 기반 마련”

승인 2026-04-22 11:06:28
보건복지부 전경. 박효상 기자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의료 이용 이력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5만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학대 취약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조치로, 조사 방문을 거부할 경우 경찰 수사 의뢰까지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아동학대 살해·치사 등 중대 범죄에 대한 법정형 강화를 검토하고, 학대 의심 사망 사건을 국가 차원에서 분석해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동학대는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와 장애아동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은폐형 범죄’다. 가해자의 80% 이상이 부모이며,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이뤄진다. 보호자가 학대 사실을 숨길 경우 피해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매년 30~5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수를 27.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2차 나눠 전수조사…방문 거부 시 수사 의뢰

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의료 미이용 6세 이하 아동 약 5만8000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영유아는 일반적으로 의료 이용 빈도가 높은 만큼, 의료 이용 이력이 없는 경우 학대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사는 1차(5~7월)와 2차(7~9월)로 나눠 진행된다. 방문을 거부할 경우 재방문하고, 필요 시 경찰 수사 의뢰까지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2세 이하 아동이나 학대 이력이 있는 가정을 조사할 때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동행한다.

정부는 위기아동 발굴 시스템도 손본다. 현재 일부 연령대에만 적용되는 의료정보를 3~6세 가정양육 아동까지 확대해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지표의 유효성을 정기적으로 검증해 모형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내 아동보호 부서와 사례관리 부서 간 정보를 연계해 위기아동을 공동 관리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기로 했다.

의료·보육·교육 연계를 통한 조기 발견 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영유아 건강검진 시 외상 여부 등 이상 징후 확인을 의무화하고, 2세 미만 영아 가정을 전문인력이 방문하는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무단결석 관리도 강화된다. 취학 대상 아동의 입학 연기 시 아동 동반을 의무화하고, 취학 관련 정보를 행정·교육 시스템 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동학대 살해·치사 처벌 수위 강화

정부는 아동학대 살해·치사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 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정부는 형법상 살인죄를 아동학대 범죄에 포함하거나,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정의에 자녀 살해 및 살해 미수 등을 명시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쿠키뉴스 자료사진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심층 분석체계도 마련한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환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동사망검토제 도입도 함께 검토한다.

피해아동 보호와 회복 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공급 부족 지역 중심으로 늘리고, 영유아 특화 쉼터를 시·도별 1~2곳 운영할 계획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력을 보강하고, 근무 지원을 확대해 현장 대응 역량도 끌어올린다. 협력 의료기관은 아동학대전담의료기관인 ‘새싹지킴이병원’으로 지정해 의료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반복 신고 가정이나 사망 사건 발생 가정의 아동에 대해선 일시보호 기준을 가정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예방 중심의 부모 교육과 사전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아동수당·부모급여 신청 시 교육 콘텐츠를 안내하고, 정부24를 통해 관련 교육 정보를 통합 제공할 예정이다. 학대로 판단되지는 않았지만 위험 요인이 있는 가정에는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양육 코칭과 가족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보호자 정신건강 관리도 강화한다.

피해아동의 가정 복귀를 위한 지원 역시 확대된다. 방문형 사례관리 사업을 늘리고, 가족 휴식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 참여 가정의 재학대 발생률은 3.1%로, 전체 평균인 8.7%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아동 대상 학대 대응도 강화된다. 지난 2024년 기준 학대 피해 장애아동 700건 가운데 발달장애아동이 86.9%를 차지한 점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장애아동 특성에 맞는 보호·치료 시설을 갖춘 특화 쉼터를 확대하고, 종사자 대상 장애 이해 교육과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아동학대 대응체계와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 대응을 강화한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영유아와 장애아동이 학대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신속히 이행해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입법 등 과제 산적…“방임 범위·기준 계속 정비”

다만 아동학대 법정형 강화는 국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한 만큼, 정부는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동학대 살해·치사와 관련한 제도 보완은 법적 근거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관련 법안이 일부 국회에 발의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아동학대 범죄로 인정되는 범위가 보다 명확해지고, 그에 따라 피해아동 보호조치 등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법정형을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지에 대해선 형법상 다른 범죄와의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법무부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차원에서 아동 사망 사건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해 사망 원인과 시스템의 문제점을 규명하는 ‘아동사망검토제’에 대해선 “일부 국가는 모든 아동 사망 사례를 검토해 교통안전, 학대 예방 등 정책 개선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우선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검토 체계를 시행하고, 이후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도입할지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정의에서 ‘방임’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순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지난해 관련 연구용역도 진행했는데 실무적으로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방임 행위를 보다 명확히 개념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공론화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방임의 범위와 기준을 계속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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