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수자원 관리 기술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막대한 물과 전력을 동시에 소모하는 첨단 산업의 수요 또한 폭발하고 있다. 이에 단순히 개별 자원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 주권을 수호하고 국가 인프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물-에너지-AI 넥서스(Nexus)’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4차 국회물포럼 토론회’에서 허영 국회물포럼 부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은 이제 단순한 저장 자원을 넘어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를 식히고 지역 소멸을 막는 핵심 에너지 거버넌스가 됐다”며 자원 관리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과거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이라는 ‘단선적 관리’에 머물렀던 물관리가, 이제는 AI를 통해 수급을 최적화하고 물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융복합 넥서스’로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수자원 확보를 데이터센터 입지의 필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물 환원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초순수 공정 등 물 기반 핵심 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월 ‘물-에너지 융합 포럼’을 출범시키고 12대 핵심 과제를 선정해, 오는 9월 최종 로드맵을 발표를 목표로 인프라·에너지 거버넌스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 부회장은 “물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자 창의적인 에너지원이며, 이를 AI와 연계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춘천 소양강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가 데이터센터 유치지로 주목받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물과 에너지를 통합 관리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양댐 냉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데이터센터 냉각과 에너지 효율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 사례로, 현 데이터센터 부지 분양 등이 진행 중이다.
현장에서는 초순수 기술 등 국가 전략 기술 확보와 함께 지능화된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은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신성장전략단장은 “글로벌 반도체 허브 도약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 확보와 초순수 공정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산업 장벽 대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력 발전과 물-에너지-AI 넥서스’를 주제로 발표한 정병수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장은 “에너지 관리는 단순히 설비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 차원의 지능화 여정”이라며, AI 기반 로봇 ‘스팟’을 활용한 무인 점검과 기상 빅데이터 기반 댐 운영 최적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홍수 상황에서 운영자의 경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AI 기반 자동 예측 시스템을 통한 데이터 중심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김재진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장 역시 물 인프라 전반에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운영 최적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기상 빅데이터와 AI를 융합한 저수지 수위·유량 예측 고도화로, 국가 기반 시설의 재난 예방과 수자원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첨단 기술의 도입만으로는 넥서스 생태계를 완성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제기됐다. 권기원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처장은 공공 부문 전력 소모의 15%를 차지하는 하수처리 분야의 보수적 특성을 언급하며 제도 정비와 인식 전환 주문했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에너지 회수 모델이 있더라도, 지자체의 운영 관리비 확보 문제나 수질 기준 초과에 대한 면책 규정 등 관련 법령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 안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 처장은 첨단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 허브’로의 기능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오염물 처리 원칙에서 벗어나 하수열과 바이오가스를 생산·공급하는 ‘에너지 허브’로 기능을 전환해, 데이터센터 등 고부하 시설에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등 고부하 시설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물-에너지-AI 넥서스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 간 데이터의 파편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상협 KIST 책임연구원은 “현재 물 데이터와 에너지 데이터가 서로 다른 부처와 기관에 분절돼 있어 우선순위 설정조차 어렵다”며 “실무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관련 훈령을 정비하고 물-에너지 데이터 프레임워크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기술과 제도의 엇박자를 해소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행사를 주최한 한정애 국회물포럼 회장은 전문가들의 제언에 공감하며 “물-에너지-AI 넥서스가 기후 위기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핵심 어젠다로 등장하고 있다”며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후속 입법과 제도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 역시 “오늘날의 물 정책은 단순한 자원 관리를 넘어 국가 발전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경제적 고리”라며 “우리 산업이 글로벌 물-에너지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세계 시장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