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길어진 한파 이후 빠르게 풀린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패션업계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겨울 외투 판매 기간이 길어진 데 이어, 기온 상승과 함께 봄 신상품 수요까지 빠르게 유입되면서 계절 전환기에 발생하던 매출 공백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아웃도어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으며, 2030 고객 매출도 20% 확대됐다. 늘어난 아웃도어 수요에 대응해 단독 브랜드 유치에 나서는 등 상품 경쟁력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간절기 아우터를 중심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올해 1~3월 ‘갤럭시’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캐주얼 아우터 매출은 80% 이상 급증했다. 트렌치코트 역시 40% 늘어나며 봄 시즌 초반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장 중심 브랜드에서도 캐주얼·간절기 상품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여성 패션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3월 들어 여성패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성패션 매출이 43% 증가했고, 롯데백화점은 12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명품과 주얼리까지 동반 상승하며 전반적인 의류 소비 회복 흐름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진다. 29CM는 1분기 패션 거래액이 전년 대비 33% 증가했으며, 특히 3040 여성 이용자가 30% 넘게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제도권 여성 브랜드 거래액이 67% 증가하고, 스포츠웨어와 스니커즈 거래액도 50% 이상 확대되는 등 카테고리 전반에서 수요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소비 회복 흐름은 주요 기업 실적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지윤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대해 “해외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패션 부문 매출은 12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입 브랜드 매출이 40% 이상 늘며 전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 소비 역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봄 시즌 기준 40대 남성의 패션 지출은 3조1700억원, 50대는 2조9400억원으로 나타나며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기능성과 활용도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간절기 상품 수요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개별 기업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정그룹의 웰메이드는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며, 헤비 아우터 매출도 47% 늘었다. 업계는 기온 변화에 맞춘 상품 전략이 실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 소비는 단순히 계절에 반응하기보다, 기온 변화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바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아우터처럼 착용 기간이 길고 활용도가 높은 상품군이 소비를 선도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시즌 시작과 함께 신상품 수요가 집중됐다면, 지금은 기온 흐름에 맞춰 구매 시점이 분산되면서 판매 기간 자체가 길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재고 운영과 상품 기획 방식까지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