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에 돌입했다. 국가 발전 구상을 담은 저서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서울시장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지만 출마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을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오전 규제개혁 토론회 이후 진행된 대담으로 두 사람은 약 한 시간에 걸쳐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이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서울시는 이 전 대통령과 깜짝 대담에 대해 “토론회에서 논의된 경제 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하기 위한 이 전 대통령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단순한 예방 목적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해 당선된 인물로 오 시장과 여러 공통점이 있다. 대권 도전을 희망하는 오 시장이 최근 ‘경제 성장’과 ‘규제개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사실상 조기 대선 도전 선언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탄핵 정국에 대한 논의보다는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게 성장”이라며 “나라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와 경쟁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장을 하려면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핵심은) 규제”라고 했다.
오 시장이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규제개혁’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한 가운데 그의 메시지에 힘을 보태는 의견이다.
오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을 예방 직전인 4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지향형 규제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규제개혁’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5%를 목표로 대한민국 경제 전 분야에서 대대적인 혁신과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며 첨단산업·창조산업 육성과 함께 5대 초광역 경제권 프로젝트 등 서울시를 넘어서는 산업정책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KOGA’라는 표어도 공개했다. KOGA는 ‘KOrea Growth Again’의 줄임말로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를 연상 시킨다.
또 오 시장은 다른 대권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저서 출간에도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이달 중 ‘다시 성장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할 방침이다. ‘우리 사회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혁신동력을 찾고, 모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경제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가발전 구상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의 이 전 대통령 만남은 대선 행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에서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더 많은 전직 대통령이나, 보수 원로들을 만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가장 먼저 이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서울시장이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경제적 문제를 잘 해결해 온 경력이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계승받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탄핵정국이 지속되는 만큼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