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와 관광은 빛나는 순간을 지나고 있다. K-팝은 세계 음악시장을 흔들고 있고, K-드라마는 글로벌 플랫폼의 중심에 서 있다. K-뷰티는 더 이상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며, K-푸드는 세계인의 식탁 속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은 세계 문화관광의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성공한 것일까? 관광 현장에서 바라본 바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한국 문화와 관광은 강력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콘텐츠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은 완성 단계가 아닌 성장 단계에 있다.
우리에겐 BTS가 있지만, 영국 리버풀이 비틀즈를 통해 구축한 관광경제 모델까지 만들지는 못했다. 더불어 세계가 사랑하는 음식을 만들었지만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같은 미식 경험경제를 충분히 그리진 못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뷰티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그 혜택이 지역 골목상권까지 자연스럽게 확산하는 구조는 갖추지 못했다. 수많은 지역 관광자원도 구축했지만 외국인이 보다 쉽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은 보완이 필요하다.
세계는 이미 한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관광은 아직 그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바로 이 지점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재임 시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고사 직전에 놓였던 국내 관광 산업을 살리고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바운드 관광객 1000만 명 유치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공사 담당 직원들과 해외 지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K-관광 로드쇼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관광 행사를 추진하며 세계 곳곳을 누볐다.
특히 영국과 중동에서의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보수적인 문화적 특성을 가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와 K-팝의 위상은 국내에서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현지에서 뜨거운 열정과 관심을 마주하고 대한민국의 위상과 잠재력을 실감했다.
K-팝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더 많이, 더 자주 한국을 알려 달라”고 외치던 함성과 열망은 지금도 생생하다. 10시간이 넘는 시차와 강행군의 피로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큰 감동이었다.
한국 관광의 미래는 더 이상 랜드마크 경쟁에 있지 않다. 우리만이 가진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경험으로 전환하고, 기억으로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의 관광은 ‘보여주는 관광’에서 ‘경험하는 관광’으로 발전해야 한다. 도시와 도시, 플랫폼과 플랫폼, 경험과 경험이 경쟁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파리는 낭만을 팔고, 도쿄는 완벽을 팔고, 뉴욕은 자유를 판다. 한국은 무엇을 팔아야 할까. 그 답은 대한민국만이 가진 자유와 역동성에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고 기술과 문화가 융합되며, 골목과 글로벌이 동시에 살아 움직인다. 어제 없던 것이 오늘 탄생하고, 오늘의 유행이 내일 세계의 표준이 된다. 이 살아있는 에너지야말로 우리가 가진 독창적인 관광 자산이다.
그간 관광을 숫자로 보았고 정책으로 보았으며 산업으로도 바라봤다. 결국 경험하고 공부하며 만난 관광의 본질은 ‘사람’이었다. 세계가 사랑하는 K-컬처도, 대한민국 곳곳의 아름다운 관광지도 사람의 꿈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관광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산업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산업이다. 그리고 믿는다. 대한민국에는 세상을 감동시킬 풍부한 콘텐츠가 있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민관의 노력과 열정이 있다. 그래서 한국 관광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번 찾은 사람이 다시 오고 싶어지는 나라,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나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나라.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K-관광의 미래다. 대한민국 관광의 다음 장은 우리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이야기다.
[이재환 박사 약력]
현 고양시 문화재단 선임직이사
현 강남구 관광진흥자문위원회 위원
현 한국뷰티문화관광협회 고문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전 경기도청 도지사 경제특별보좌관
전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
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전 사단법인 한국창업진흥협회 초대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