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8일 (1)
‘명심’보다 강했던 ‘견제의 민심’…서울이 보낸 경고장 [6·3 지선]

‘명심’보다 강했던 ‘견제의 민심’…서울이 보낸 경고장 [6·3 지선]

광역단체장 12곳 압승에도 최대 승부처 패배
집값 민심·검증 논란에 정원오 발목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 시험대

승인 2026-06-04 15:26:55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4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예상치 못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야당에 내준 만큼 정권에 대한 경고성 민심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평가하는 사실상의 중간고사였다. 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확보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였지만, 전국 정치의 중심이자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시장 선거를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이번에 선출된 광역단체장들의 임기가 이재명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사실상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단순한 지방권력 재편을 넘어 향후 국정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변수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정부·여당을 향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서울시장 탈환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라는 민심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추진해 온 각종 개혁 입법 역시 속도 조절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 성과보다 부동산 문제가 민심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는 등 정부가 경제 성과를 강조해 왔지만, 서울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결국 부동산 민심의 향배에 의해 갈렸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코스피 8000 돌파 등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민들에게는 집값 문제가 훨씬 피부에 와닿는 이슈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를 둘러싼 각종 검증 논란도 패배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주폭 전과 논란과 여종업원 외박 의혹, 칸쿤 외유성 출장 의혹, 아기씨당 게이트 의혹 등 각종 공세에 시달렸다.

정 후보 측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정치공세이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폭행 전과 논란을 둘러싼 해명 과정에서 설득력 부족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도층 이탈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국민의힘이 선거 기간 내내 공개 토론과 검증을 요구했음에도 정 후보가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면서 부동층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정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아니었던 만큼 의혹 제기 국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해명이 필요했다”며 “선거 막판에는 의혹의 사실 여부보다 후보가 이를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고, 결과적으로 검증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청와대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계기로 국정 쇄신과 정책 기조 재점검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중폭 수준의 개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거 결과를 계기로 민심 이반 원인을 분석하고 국정 운영 방향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수도권 전략 전면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여당에 유리한 구도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그럼에도 서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지방선거에서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가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닿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민심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도권 전략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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