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기업승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 상속·증여를 중심으로 한 자산 이전이 승계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승계 구조 설계부터 자금 조달, 사후 경영 안정화 방안까지 돕는 ‘기업승계 컨설팅’ 시장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거래 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업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도 기업승계를 새 먹거리 사업으로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생산적 기업승계란…고용·기술·공급망 잇는다
우리은행은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전략과 기업승계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향후 5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인수금융과 M&A 펀드 조성, 컨섵팅 등을 지원하고 연간 500개 기업에 승계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구상입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사례처럼 기업승계 M&A 펀드 조성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생산적 기업승계는 기업의 폐업, 사업중지, 축소 등을 방지하는 기업승계로 임직원의 고용 안정성 확보와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 강화, 중소기업의 기술력 보존을 목적으로 한 중장기적 금융지원 및 컨설팅을 말합니다.
지난 2월 출범한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는 지금까지 102개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센터에 따르면 기업승계 MOU를 체결한 554개사의 대표자 중 90.7%가 50세 이상입니다. 협약기업 대표 2명 중 1명 꼴인 52.7%는 자녀 승계를 희망했으나 자녀 승계 의사 미확인, 산업 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43.7%는 승계 방식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가업을 잇기보다 자신의 일을 이어가려는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후계자 부재에 빠진 기업을 두고 은행은 임직원 승계 지원에 주목한 것입니다.
기업승계 유형은 크게 △친족 내 승계(가업승계) △M&A △임직원 승계로 구분됩니다. 임직원 승계의 경우 경영진인수(MBO)와 직원인수(EBO)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MBO는 기존 임원이, EBO는 임원을 포함한 직원들이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구조입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MBO·EBO 방식으로 승계된 기업의 장기 생존율은 약 50% 수준으로, 일반 기업 생존율(10~20%)을 크게 웃돈다고 합니다. 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기업 생존을 넘어 일자리와 매출 기반, 산업 내 공급망이 유지되면서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후계자가 없다…일본 금융회사 전략은?
이웃나라 일본은 후계자 부재 문제를 먼저 겪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선 최근 10년 사이 ‘임직원 승계’와 ‘M&A’가 늘면서 2024년 말 기준 친족 외 승계가 전체의 64%를 차지합니다. 임직원 승계는 지역경제 유지, 고용, 암묵지(경영 노하우)를 함께 살리는 승계 방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일본 지방은행은 거래기업 풀과 지역 내 신뢰도를 기반으로 ‘지역 한정 사업승계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지역기반 거래기업 발굴 역량과 지역 내 펀드 운용 노하우, 정책금융의 LP참여를 이끌어내는 부분이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물론 대형 금융그룹도 지원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시즈오카금융그룹은 ‘핸즈온 모델’을 통해 조직 역량을 강화한 뒤 승계하는 방식을 핵심으로 뒀습니다. 미즈호금융그룹은 대출, 메자닌, 지분투자, 신탁 등을 결합한 원스톱 패키지를, 노무라는 MBO 전용 사업승계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교토신킨금고는 점포 영업시간을 이원화해 오후에는 상속·증여 및 사업승계 복합 컨설팅 기능 지원을 강화한 점이 특징입니다.
상속 분쟁부터 M&A까지…법률·세무 진단 필요
전문가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기업승계에 대한 사전 준비 부족이 기업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함병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상속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이 기업지배구조 갈등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함 변호사는 창업주가 사망이 아닌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자녀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결국 상장기업이 무너진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상속인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간 사례도 공유했습니다.
친족 승계 외 다양한 승계 방안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 제도가 친족 승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세금 혜택 부재에 따른 증여세·양도세 부담 △상속인의 유류분 청구 리스크 △우리사주조합 승계 시 지분 취득 제한 및 의무예탁기간 이후 매도 가능성 △지주사 설립을 통한 승계 시 인수자금 부담 △의결권 행사 제한 등 신탁 활용상의 제약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매수자는 크게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뉩니다. 전략적 투자자는 사업 시너지와 역량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재무적 투자자는 바이아웃 및 기업가치 제고 후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M&A를 추진합니다.
각각의 성공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2세 승계를 위해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전략적 투자자가 승계 부재에 놓인 이종산업 기업을 인수해 사업 확장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강소기업이 승계자 부재로 제3자 M&A를 결정한 뒤,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도 있습니다.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센터를 중심으로 승계 준비 단계부터 실행, 사후 경영 안정화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중소·중견기업이 백년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