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 (0)
저금리 시대 종말…‘고금리 뉴노멀’ 굳어지는 이유 [알경]

저금리 시대 종말…‘고금리 뉴노멀’ 굳어지는 이유 [알경]

우리금융, 우리파이낸스포럼 개최
김성규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 발표
고금리 ‘뉴노멀’ 진입…채권 전략 재편 필요성 제기

승인 2026-04-16 14:47:44 수정 2026-06-02 13: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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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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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높은 금리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되는 시대, 이른바 ‘뉴노멀’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리, 도대체 왜 이렇게 높은 걸까요?

우리금융그룹이 15일 개최한 파이낸스 포럼에서도 이 같은 진단이 나왔습니다. 발표에 나선 김성규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은 “지금은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저금리는 예외적인 시기였고, 고금리가 새로운 평상시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팀장은 현재 금리 환경을 세 시기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고성장 시대, 2009~2019년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거쳐, 2022년 이후엔 금리가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비정상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버는 돈(경제성장률)보다 내야 하는 이자(금리)가 더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개인으로 치면 월급보다 대출이자가 더 많이 나가는 셈이니,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죠. 경제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팀장은 “이 뉴노멀 시대의 핵심은 고금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고물가, 왜 이렇게 안 잡힐까요?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공급망 재편입니다. 과거엔 중국 등 신흥국의 저렴한 노동력 덕분에 물가가 안정됐습니다. 각국이 비교우위에 따라 분업하는 세계화 구조 덕분이었죠. 그런데 이 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탈세계화·자국보호주의(리쇼어링) 흐름이 강해지면서 생산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랐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우방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움직임이 강해지자,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이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인구·재정 측면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정체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이 일상화됐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풀수록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 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채 발행 확대는 금리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결과적으로 물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지면서, 과거처럼 기준금리가 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까지 내려가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습니다. 성장률은 2%대인데 기준금리는 3~4%에서 버티는 식의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계·기업·정부 모두 이자 부담이 커지고, 빚을 많이 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던 기존 모델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K자 양극화’와 재정 확대의 악순환

여기에 ‘K자 양극화’도 고금리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K자 양극화란 경제 회복 흐름이 계층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은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리는 반면, 저소득 근로자·소기업·블루칼라 계층은 고금리·고물가의 직격탄을 맞는 구조입니다. 고학력·기술기업·대기업은 위로 올라가고, 저학력·전통산업·소기업은 아래로 내려가는 K자 모양이 선명해지고 있는 겁니다.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더 풀 수밖에 없고, 이는 국채 발행 확대로 이어집니다. 국채가 많이 발행될수록 시장 금리는 올라가는 압력을 받습니다. 결국 재정 확대가 다시 고금리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채권이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또 하나 주목할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엔 주가가 빠질 때 채권 가격이 올라 손실을 메워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채권은 전통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완충재 역할을 해왔죠.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인플레이션 쇼크와 급격한 긴축 여파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국고채 30년 ETF 같은 장기 채권 상품이 마이너스 16%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퇴직연금에 담았는데 왜 이렇게 손실이 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 팀장은 “이제 채권이 더 이상 전통적인 ‘위험 분산 자산’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며 “포트폴리오를 짤 때도 이 점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금리 시대, 채권 투자 해법은 ‘캐리’

김 팀장의 투자 키워드는 방향성이 아니라 캐리(Carry)입니다. 그는 “금리 방향성을 맞히려는 전략보다 보유 기간 동안 이자 수익, 즉 캐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리란 채권을 보유하는 동안 받는 이자 수익을 뜻합니다. 금리 레벨이 높아진 만큼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대신, 보유 기간 동안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부동산 투자로 치면 집값 급등을 노리는 시세차익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량 크레딧 채권’을 중심으로 중단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했습니다. 국고채보다 신용위험이 있는 대신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만큼, 신용도가 괜찮은 발행기관을 골라 담으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이자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팀장은 “우량 크레딧 채권을 꾸준히 매수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자를 쌓을 수 있다”며 “금리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뉴노멀 시대일수록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는 포트폴리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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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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