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개차반 박은빈, 기세로 밀고 나가 보려고 했죠” [쿠키인터뷰]

“개차반 박은빈, 기세로 밀고 나가 보려고 했죠”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주연 배우 박은빈 인터뷰

승인 2026-05-28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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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은빈.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은빈(34)과 ‘개차반’,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동시에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해내야 했고 해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이야기다. 그는 극중 순간이동 능력을 얻게 된 해성시 개차반 은채니 역을 맡았다. 본체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캐릭터로 분하기 위해 타고난 텐션과 목소리를 바꾸고 삐딱한 양갈래 머리까지 소화했다. 인터뷰에도 진심이었다.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박은빈이 아닌 은채니였다. “대본리딩 때 입었던 옷을 오랜만에 입어봤다. 문득 은채니의 모습에 도움받아야 은채니로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박은빈은 이 작품으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함께했던 유인식 감독과 재회했다. 당시 ‘원더풀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초고를 읽었던 그는 “신묘했다”고 회상했다. “작가님만의 개그 코드를 연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케미스트리를 잘 살려내면 정이 가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특히 1화에서 은채니가 모월 모일 죽었다고 말하는 대사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극 초반 은채니는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줄을 타는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앓아온 심장병 때문에 죽음을 앞뒀다는 전제가 괴팍한 성격을 어느 정도 납득시키지만 박은빈의 과제는 이뿐만 아니었다. “캐릭터성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발전할 포인트가 있었어요. 그래서 독창적인 말투나 행동거지를 각인시키고 싶었고요. 뒷모습만 봐도 해성시 개차반으로 느껴지길 바랐고 말투만 들어도 ‘해성시에는 그 유명한 은채니가 살고 있나 봐’라고 설득시키고 싶었어요. 여러모로 만화적인 표현을 어떻게 생각해 주셨을지 모르겠지만 개차반 지위를 지키고 싶었어요(웃음). 채니가 다운되면 전반적으로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기세로 밀고 나가 보려고 했죠. 취향에 맞으시면 재밌게 봐주시는 거고 안 맞으면 제게 다음 기회를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원더풀스’ 은채니(박은빈) 스틸. 넷플릭스 제공
‘원더풀스’ 은채니(박은빈) 스틸. 넷플릭스 제공

은채니와 그의 할머니 김전복(김해숙)의 관계성 표현에도 집중했다. “개인적으로 참 감동이었다”고 운을 뗀 박은빈은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을 수 있지만 죽음이 슬픈 이유는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와닿아서’가 아닐지 생각했다”며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놨다. “나의 죽음보다 나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픔이 할머니에 대한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채니가 미련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다가 가고 싶지 않을까 했고요. 김해숙 선생님 존재 자체가 너무 많은 위안을 주셨고 같이 연기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너무나 비슷하게 맞춰주셨어요. 선생님이 의도하신 건지 맞아떨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충청도 바이브를 섞었거든요. 할머니 손에 자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순간이동 능력에 기반한 은채니의 액션은 녹록지 않았다. 특히 실재할 수 없는 능력을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감독님께 장난으로 ‘이렇게까지 한다는 얘기는 없으셨잖아요’라고 말씀드릴 정도로 액션이 많이 필요할 줄은 몰랐어요. 생각보다 신체를 더 많이 써야 했어요. 그리고 안 보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해야 하고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야 했어요. 허공과 상호작용을 한 셈이죠. 움직일 때마다 바람 버스트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물리적인 현상과 같이 움직여야 CG가 훨씬 생동감 있게 붙을 거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래도 완성본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스크리너를 보고선 감독님께 저 영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피드백을 드렸어요.”

그러나 박은빈 역시 초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그가 원하는 ‘시간 여행 능력’은 아니지만 인간 박은빈의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이다. 30년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경력을 허투루 먹진 않았는지 박은빈과 캐릭터를 분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비축하고 있던 힘을 캐릭터에 끌어다 쓰고 인간 박은빈은 절전모드로 살아가다가도 (촬영이) 끝나면 플러그를 꽂고 충전을 금세 할 수 있어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원래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데요. 올해는 30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저의 이정표로 삼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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