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라와 베드 버니의 협업 컬렉션 ‘베니토 안토니오’는 지난 21일 글로벌 출시됐다. 자라는 정식 발매 전 베드 버니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플라자 라스 아메리카스 매장을 컬렉션 전용 공간처럼 꾸미고 현지 팬들에게 먼저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흥미로운 건 자라가 이번 컬렉션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협업은 이미 지난 2월 슈퍼볼 LX 하프타임 쇼에서부터 예고됐다. 베드 버니는 당시 자라와 협업한 커스텀 룩을 착용했고, 이후 5월 멧 갈라(Met Gala)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블랙 턱시도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화제를 만들었다. 컬렉션 발매 전부터 글로벌 이벤트를 통해 ‘서사’를 쌓아 올린 셈이다. 최근 패션 브랜드들이 런웨이보다 문화 이벤트와 SNS 바이럴을 통해 컬렉션을 소비시키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 키워드는 ‘푸에르토리코’다. 자라는 공식 발매 이전 현지 산후안에 위치한 플라자 라스 아메리카스 매장을 컬렉션 전용 팝업 공간처럼 재구성했고, 베드 버니도 직접 등장해 팬들과 만났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지역 감성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특히 테일러링 접근이 흥미롭다. 자라는 이번 컬렉션에서 전형적인 포멀 수트 대신 린넨과 코튼 중심의 가벼운 셋업을 대거 활용했다. 어깨 구조를 단단하게 세우기보다는 힘을 뺀 재킷과 넓은 실루엣 팬츠를 조합해 ‘여름 테일러링’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베드 버니가 멧 갈라에서 선보였던 블랙 턱시도 역시 전통적인 클래식 수트보다는 느슨한 비율과 흐르는 듯한 라인이 특징이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정제된 포멀웨어의 캐주얼화’ 흐름을 SPA 방식으로 풀어낸 셈이다.

그래픽 활용 방식도 눈에 띈다. 최근 셀럽 협업 컬렉션이 로고 플레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번 프로젝트는 과장된 브랜딩을 거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그린 듯한 드로잉과 빈티지 프린트, 낡은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을 곳곳에 배치했다. 일부 티셔츠와 후디에는 베드 버니의 음악과 시각 언어를 연상시키는 아트워크가 들어갔지만, 전형적인 팬덤 굿즈 느낌보다는 하나의 독립 브랜드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액세서리 역시 전체 무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두툼한 실버 주얼리와 텍스처 벨트, 빈티지 스니커즈, 라피아 느낌의 여름 액세서리 등이 등장하는데, 과하게 꾸민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휴양지와 도시 스트리트 감성을 동시에 섞은 분위기에 가깝다. 최근 글로벌 남성 패션에서 ‘여행 무드’와 ‘리조트 스트리트웨어’가 결합되는 흐름도 읽힌다.

‘베니토 안토니오’ 컬렉션의 핵심은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전체적인 무드다. 최근 패션업계가 옷 자체보다 ‘라이프스타일’과 ‘태도’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자라는 이번 협업을 통해 SPA 브랜드도 충분히 하나의 문화적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빠르게 소비되는 트렌드 패션 안에서도 지역성과 개인 취향, 음악적 정체성을 녹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은 최근 글로벌 패션 시장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단순한 셀럽 협업을 넘어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시키는 전략이 앞으로 패션업계 전반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기대해 본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