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택배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택배사들이 영업점과 화물운송업자에게 안전사고 책임 등을 떠넘기는 부당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도 제때 발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5개 택배사업자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에 대해 총 30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5개 택배사업자가 영업점 및 터미널 운영사업자, 화물운송업자에게 택배 및 배송 등의 용역을 위탁하면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30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에 불공정 하도급거래관행이 택배 종사자들의 온열질환과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자, 공정위와 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택배사업자들의 작업현장을 불시점검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주요 5개 택배업자와 택배 영업점 간의 계약현황을 전수 조사했다.
국내 택배시장은 온라인쇼핑의 일상화에 힘입어 2023년 이후부터 1인당 연간 택배 이용건수가 100건을 초과한 가운데, ‘새벽배송’, ‘당일배송’, ‘즉시배송’ 등 퀵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택배사업자 간 물류경쟁도 심화됐다. 현재 전국 단위의 대규모 물류망을 갖춘 상위 5개 택배사업자가 시장의 90.5% 이상을 점유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경쟁 상황 속에서 택배사가 안전사고 관련 배상책임이나 물품의 훼손․분실에 따른 배상책임 등을 영업점 등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또 기준이 모호한 계약상 의무 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도 소명 기회를 제공하거나 최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특약으로 영업점 등을 압박한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2025년 8월부터 전국단위 물류망을 갖춘 상위 5개 택배사업자를 조사대상으로 선정,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통해 시행중인 계약서 등 총 9186건을 전면 검토하는 한편, 조사 착수 3개월여 만에 안건을 상정하고 올해 3월과 4월에 집중적으로 심의를 진행해 부당한 계약조건을 시정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5개 택배사업자는 다양한 형태로 영업점 등의 이익을 침해하는 특약을 설정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안전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영업점 등에게 전가하는 특약 △현금 담보 기간 중 발생된 이자수익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특약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영업점 등이 배상하도록 하는 특약 △부동산으로 담보를 제공할 때에 드는 비용 일체를 영업점에게 부담시키는 특약 등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부당특약에 대한 재발방지명령을 부과하고, 심의일 현재 계약서 수정 및 재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들에게는 부당특약 수정‧삭제 명령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부당특약을 적용받는 계약 건수와 수급사업자들 수가 상당하고, 사업자들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 법 위반이 장기간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총 과징금 24억7800만원 부과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심의일 현재 신규계약서 발급을 완료해 재발방지명령만 부과했다.
서면 발급 의무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조치했다. 관련법상 계약당사자 간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5개 택배사업자들은 택배 물품의 집화‧배송, 물류터미널 운영 및 터미널 간 화물운송 용역 등을 영업점 등에게 위탁하면서, 총 2055건의 계약에서 계약 서면을 용역수행 시작일까지도 발급하지 않았다. 최장 761일이 지나 발급한 건도 있었다.
공정위는 서면을 발급받지 못하거나 지연 발급받은 수급사업자와 관련계약건수가 상당하고, 사업자들 대부분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로서 하도급거래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위법성이 경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면 발급 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함께 로젠택배를 제외한 4개 택배사업자에게 총 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국내 택배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형 택배사업자들이 영업점 등에 대한 통제와 압박의 수단으로 만들어 온 불합리한 특약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영업점 등의 택배 종사자들이 겪어온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과 업무 부담의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부당특약 설정,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등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법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