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FIU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간 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결국 열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의 추진 이야기가 있었지만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회의가 무기한 연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금융당국이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가상자산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추진한 자리로 알려졌다. 앞서 닥사는 지난달 29일 국내 신고수리된 가상자산 사업자(VASP) 27곳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정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회의가 돌연 무산되면서, 당국과 업계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특금법은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 기준을 부과해 놓고 있다. 디지털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된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8월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3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사업자 진입 규제 강화 △1000만원 이상 거래 의심거래보고(STR) 의무 확대 △고객확인(KYC) 검증 의무 강화 △트래블룰 적용 범위 100만원 미만까지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10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모두 STR 보고 의무를 부여한 점이다. 금융위는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나 개인지갑의 경우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 규율 준수 의무가 없어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는 과도한 행정 부담이 생길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고액현금거래보고(CTR)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고가 되지만, 의심거래보고(STR)는 별도의 분석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업무량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고, 글로벌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액 무관 트래블룰 적용에 “해외거래소 협조 가능할까”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 역시 쟁점 사안이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다른 사업자에게 이전할 때 송·수신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보관하는 제도다.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가상자산 주소 등을 이전받는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재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만 트래블룰이 적용되지만, 개정안은 이를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했다. 또한 수신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정보 확인 의무를 부과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100만원 미만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가상자산 이전 거래의 6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룰 기준 금액 가이드라인은 1000달러(약 149만원)로, 국제기구 권고사항보다 엄격한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이 선물 옵션, 레버리지 등 국내에 없는 상품을 찾아 해외거래소로 이동할 때, 1원만 보내도 송수신인의 신원이 오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거래소는 국내법을 따라야 하지만, 국내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해외사업자들에게 건건이 고객정보를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객확인(KYC) 의무도 강화했다. 단순히 고객의 신원을 확인할 의무를 넘어 정보의 정확성까지 검증하도록 했다. 아울러 가상자산사업자가 해외 사업자·개인 지갑과 거래할 경우 일정 조건에서만 허용된다. 특히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는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국적 중심 기준에 따르면 바이낸스, 크라켄, 코인베이스와 같은 규모가 큰 해외 거래소들도 고위험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당국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래 가능한 거래소를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해외거래소로의 자본유출이 심해져 오히려 제도권에서 이탈하는 이용자를 보호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행정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거래 자체에 불편이 생긴다”며 “전체 거래량이 줄면서 시장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갈라파고스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