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6)
빨래 기다리다 ‘마음 점검’…무인세탁소 실험

빨래 기다리다 ‘마음 점검’…무인세탁소 실험

금천구 ‘마음세탁소’ 운영…자살 고위험군 일상 공간서 조기 발굴 시도

승인 2026-04-26 06:00:05 수정 2026-04-26 20: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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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있는 ‘우리동네 마음세탁소’에서 세탁기가 작동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무인 빨래방에서 세탁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스스로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실험이 서울에서 시작됐다. 자살률이 높은 지역에서 일상 공간을 활용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려는 시도다.

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히자, 세탁이 28분 뒤 완료된다는 알림이 휴대전화로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는 세탁기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만 맴돌았다.

대기 공간인 주황색 의자에 앉으니 왼편에는 세탁물을 옮길 수 있는 바퀴 달린 세탁 카트가 놓여 있었다. 오른편에는 천장에 닿을 듯한 크기의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동네 마음지킴이, 마음세탁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음세탁소는 서울 금천구가 운영하는 생활밀착형 정신건강 서비스다. 무인 빨래방에서 세탁을 기다리는 동안 주민이 스스로 마음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QR코드로 자가검사를 진행하면, 위기 징후가 확인될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으로 연계된다. 구는 민간업체 ‘더빌더스앤컴퍼니’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빨래방 등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있는 ‘우리동네 마음세탁소’ 내부 모습. 서지영 기자

이 같은 시도는 지역 현실과 맞물려 기획됐다. 2024년 기준 금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1인 가구 비중도 높은 편이다. 혼자 사는 주민들이 겪는 고립감과 우울을 일상 속에서 조기에 포착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방문형 복지’가 아닌 ‘일상 공간 기반 발굴’ 방식이 도입됐다.

무인 빨래방은 이러한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택됐다. 세탁을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이 발생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담당자는 “빨래방은 이용자들이 일정 시간 머무는 공간이라 그 사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수 있다고 봤다”며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오전 서울 금천구 ‘우리동네 마음세탁소’에 비치된 마음건강 자가검사 안내판과 홍보물. 서지영 기자

실제 QR코드를 통해 접속해 보니 우울 증상을 확인하는 9가지 질문이 이어졌다. 지난 2주간의 기분과 신체 상태, 일에 대한 흥미, 식습관 등을 묻는 방식이다. 항목별로 0점부터 3점까지 선택할 수 있고, 총점을 통해 우울 여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후 이름과 연령대, 가구 형태, 거주지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도 가능하다. 다만 상시 운영은 아니다. 기자가 접속한 시간에는 “현재 온라인 상담 운영시간이 아니므로 문의글을 남기면 운영시간에 순차적으로 답변하겠다”는 안내 문구가 표시됐다. 온라인 상담은 월·수·금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주 3회 운영된다. 이외 시간에는 자살예방전화(109)나 센터 유선 상담을 이용해야 한다.

마음세탁소는 현재 가산동과 독산1동 일대 무인 빨래방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두 지역은 금천구 10개 행정동 가운데 청년 인구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곳으로, 사업 효과를 고려해 우선 선정됐다.

다만 운영 초기 참여는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 시작 이후 24일 오후 2시 기준 자가검사 참여는 10건 수준에 그쳤다. 일상 공간을 활용한 조기 발굴이 실제 고위험군 발견과 상담 연계로 이어지려면 참여 확대와 접근성 개선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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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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