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국산 신약 후보물질들이 잇따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희귀질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넓히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희귀의약품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달 1~17일 기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14개의 치료제 가운데 3개가 한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으로 나타났다. 지정 업체로는 유한양행, 에이비엘바이오, 엑셀라몰이 이름을 올렸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은 환자 수가 적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지정 품목은 임상시험 관련 세액공제, FDA 심사 수수료 일부 면제 등 다양한 개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FDA 허가 승인 시점부터 최대 7년간 시장독점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의 완주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수출 계약 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이달 FDA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YH35995'는 유한양행이 고셔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고셔병은 특정 효소 결핍으로 인해 체내 장기에 지방물질이 축적되는 유전질환이다. 제3형 고셔병의 경우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형태로, 해당 증상에 대해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YH35995는 전임상 연구에서 혈액뇌장벽(BBB) 투과 특성을 기반으로 뇌 내 GL1 억제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 제3형 고셔병 환자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토베시미그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해 글로벌 파트너사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종양 신생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 경로(DLL4·VEGF-A)를 동시에 차단해, 종양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지난 2024년 4월 FDA로부터 우선심사(패스트트랙) 지정도 받았다.
2020년 설립된 바이오벤처 엑셀라몰은 췌장암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따냈다. 폴리펩타이드 기반 약물 전달 플랫폼을 활용한 후보물질로, 종양 부위에서의 약물 축적을 높이고 전신 독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종양과 면역세포에 발현되는 PD-L1에 선택적으로 결합한 뒤 세포 내부로 전달돼, 강력한 항암 활성 물질인 SN38을 방출함으로써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갖는다.
이미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치료제가 새로운 적응증에 대해 추가 승인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달 차세대 이중표적 합성치사 항암신약후보 ‘네수파립’이 소세포폐암 적응증에 대해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네수파립은 앞서 2021년 췌장암, 2025년 위암 치료제로도 지정을 받은 바 있다. 소세포폐암은 빠른 증식과 조기 전이, 높은 재발률로 인해 대표적인 난치성 암종으로 분류된다. 1차 치료 이후 재발 시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며 장기 생존율 개선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에 대한 의료적 수요가 높은 영역이다.
이엔셀의 동종 탯줄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 후보물질 ‘EN001’은 듀센 근이영양증(DMD) 적응증을 추가 획득했다. ‘샤르코-마리-투스 병(CMT)’로 획득한 데 이은 두 번째 성과다. 말초신경 질환(CMT)과 근육 퇴행성 질환(DMD)이라는 서로 다른 병태 영역의 희귀질환에서 치료 가능성을 보였다. 듀센 근이영양증은 근육 세포 유지에 필수 단백질인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결손으로 발생하는 소아 희귀질환으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국내 규제 환경도 희귀의약품 개발에 유리하게 변화하면서, 희귀약의 시장 진입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를 적용하고 희귀난치성질환 의약품에 대한 관세·부가세 면제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2028년 희귀의약품 글로벌 동향 예측’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는 2023년 1730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 3000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약 11.6% 성장률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제약사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고가이고 약 종류가 많지 않다는 특징이 있어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였다”라면서도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의 허들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