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익이 일부 대형사에 쏠리면서 업권 내 양극화는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수도권과 지방 간 실적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영업구역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3년 만 흑자 전환…온기는 제한적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지난해 총 41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4232억원 적자에서 8405억원 개선된 수치다. 충당금 부담이 줄고 유가증권 운용수익이 늘면서 전반적인 실적이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복 흐름이 업권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긴 어렵다. 실적이 일부 대형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전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SBI저축은행은 1131억원, OK저축은행은 168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업권 이익의 60% 이상을 떠받쳤다.
전년 대비 4배 이상 순이익이 늘어난 OK저축은행은 투자자산 운용 수익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유가증권 관련 수익은 2090억원으로 전년(408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이자이익은 8231억원으로 전년(9194억원)보다 963억원 감소했다.
업권 전체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증권 투자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 9월까지 79개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잔액은 약 39.7%(3조5000억원) 늘어 6조7000억원에서 12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개선은) 유가증권 운용수익 증가와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 따른 대손충당금 전입규모 감소 등으로 비이자손실이 축소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익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유가증권은 금리와 자산가격, 시장 유동성에 따라 평가손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익 다변화 수단이지만 동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로 운용하는 본업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유가증권 투자손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했다.
중소형 저축은행 부진…격차 확대
이들을 제외하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자산 규모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이 16억원에 그치며 전년(401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웰컴저축은행도 부실자산을 대거 정리하면서 순이익이 63억원으로 전년(374억원)보다 83.2% 급감했다. 일부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라온저축은행은 약 600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고,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85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손실 규모는 줄었다.
이 같은 격차는 영업구역 규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저축은행은 6개 영업구역 중 소속 구역에서 대출 비율을 40~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지역 경기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방 저축은행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역 규제는 현실과 괴리”…완화 요구 재점화
업계는 영업구역 제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영업 기반이 제한돼 성장에 제약이 크다는 이유다. 특히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규제와 현실 간 괴리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교대출 플랫폼과 모바일 금융 확산으로 고객은 지역과 관계없이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한다”며 “인터넷은행과 플랫폼 금융사까지 중금리·소상공인 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지만, 저축은행은 규제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를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영업구역이 풀릴 경우 대형사를 중심으로 여·수신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 재편이 빨라지면서 중소형사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현재는 지역별 영업 제한과 업권 간 장벽이 일정 부분 작동하면서 중소형 저축은행도 최소한의 영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장벽이 완화되면 자본력과 시스템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서민금융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영업구역 제한은 저축은행의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으로 폐지는 물론 완화도 어렵다”며 “소모적인 규제 논쟁보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역할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