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건설사들이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 합의가 불발될 경우 공사 기간 연장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비 갈등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2899억원 증가한 것으로 약 75.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번 증액 요청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설계 변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이와 함께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에도 공사비 인상을 요청한 상태다.
공사비 상승 배경으로는 최근 중동 사태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협 봉쇄 시 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건설업의 운송비 증가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원유와 유연탄 가격이 단기간에 20~80% 급등했다.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시멘트 제조에 필수적인 유연탄 가격 급등은 시멘트 및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알루미늄과 니켈 등 주요 마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건설 공사비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건설업계에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선별 수주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가려 수주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향후에는 이익이 확보되는 사업장 위주로 더욱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별 수주가 가속화될 경우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기피하면서 전체 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 수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향후 입주 물량도 감소 흐름이 예상된다. 부동산R114랩스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18만3256가구로 집계됐지만,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될 경우 공급 감소세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 공사비 인상에 시름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공사비 급등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사비가 많게는 수천억원씩 증가하면서 조합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합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뒤숭숭해졌다”며 “이미 공사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추가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건설사와 조합이 공사비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공사 지연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업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인상 문제로 14개월간 갈등을 이어가면서 입주 시기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전문가는 공사비 갈등이 다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사태는 건설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진행 중인 공사에서 발주자(정비사업 조합 등)와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이어져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