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의 고유권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지위확인 등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27일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앞서 국회는 헌법재판관 후보로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를 선출했다. 하지만 최 대행은 임명을 미루다 지난해 12월31일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의 임명은 보류했다.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우 의장은 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인 중 2인만 임명해 국회의 헌재 구성권,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지난달 3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한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된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회가 가지는 재판관 3명의 선출권은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 대통령은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에 대해 재판관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역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헌법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 대행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헌법과 헌재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최 대행 측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의 협의 없이 재판관 선출안을 청구인에게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같은 날 본회의에서 재판관으로 선출된 3인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마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직접 최 대행에게 명령하거나, 그 지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지위확인 등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 각하했다.
재판부는 “마은혁 후보자가 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구한 것은 헌재가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헌법 및 헌재법상 근거가 없다. 따라서 권한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헌법재판소의 선고문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