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속의 비범’ 바둑리그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돌풍의 핵’ 될까 [쿠키인터뷰]

‘평범 속의 비범’ 바둑리그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돌풍의 핵’ 될까 [쿠키인터뷰]

‘명장’ 박정상 영림프라임창호 감독 “구단의 든든한 지원 바탕으로 신생팀 돌풍 일으킬 것”
주장 강동윤 9단 “저희 팀 응원하시면 ‘언더독’이 점점 위로 올라가는 묘미 즐기실 수 있을 것”

7일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바둑리그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박정상 감독과 주장 강동윤 9단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유희태 기자

“선수선발식을 앞두고 밤잠을 설칠 정도로 준비에 매진했다. 훌륭한 선수들을 발탁해 매우 만족하고, 영림프라임창호가 신생팀임에도 이번 시즌 바둑리그 ‘돌풍의 핵’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둑리그를 대표하는 지략가이자 ‘명장’ 박정상 감독은 부임 첫 해부터 소속팀(한국물가정보)을 정규시즌 1위에 올려놓으면서 뛰어난 지도력을 입증 받았다. 감독을 맡은 두 시즌 모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린 박 감독은 올해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팀을 명가의 반열에 올리기 위한 첫 발을 뗐다. 

7일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신생팀으로 합류한 영림프라임창호 팀의 박정상 감독과 주장 강동윤 9단(한국 랭킹 6위)이 새로운 팀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는 소회를 밝혔다. 박 감독과 강 9단은 바둑리그 명문 구단 ‘한국물가정보’ 팀에서 두 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박 감독은 “실력은 물론 리더십도 갖춘 강동윤 9단을 주장으로 발탁할 수 있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저와 예전부터 오랜 기간 친하게 지낸 후배 프로기사인 강 9단과는 시너지가 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 9단 역시 “개인적으로도 워낙 친한 선배”라며 “지난 두 시즌 함께 하면서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바둑리그는 매 시즌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구성한다. 이번 시즌에는 ‘세계 바둑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신진서 9단을 비롯해 한국 랭킹 1~4위에 포진된 박정환·변상일·신민준 9단 등이 모두 기존 소속팀에 ‘보호’ 되면서 신생팀으로서 팀을 구성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림프라임창호는 주장 강동윤 9단을 시작으로 2지명 박민규 9단, 3지명 송지훈 8단, 4지명 강승민 9단 등 탄탄한 진용을 갖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9단을 4위로 밀어내고 중국 랭킹 3위를 꿰찬 강호 당이페이 9단을 ‘용병’으로 영입하는 작업이 8부 능선을 넘었다. 박 감독은 당이페이 9단과 SNS를 통해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로, 만약 당이페이 9단이 영림프라임창호에 합류한다면 이번 시즌 한국바둑리그에서 뛰는 중국 용병 중 최고 상위 랭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둑계 최고의 지략가로 손꼽히는 박정상 9단이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사령탑을 맡았다. 사진=유희태 기자

탄탄한 ‘강-박-송-강’ 라인업, 최강 용병…든든한 구단 지원 등에 업고 ‘돌풍’ 예고

박 감독은 “팀에서 지원을 굉장히 많이 해주셔서 든든하다”면서 “용병 영입을 뜻한 바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용병 선수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파생되는 비용 부분에서도 조금 더 좋은 대우를 할 수 있게끔 흔쾌히 지원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번 시즌 바둑리그는 ‘1분 10초 피셔룰’이 적용되면서 팀 내 훈련의 중요성도 매우 높아졌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팀 내부 훈련비에 대한 지원은 물론, 성적을 냈을 때 포상도 약속하면서 선수단의 사기도 하늘을 찌른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를 6년 동안 역임한 박 감독은 ‘준비된 감독’으로, 바둑리그 사령탑 부임 첫 해부터 늘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원팀’으로 만드는 데 탁월하다. 바둑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한 중견 프로기사는 박 감독과 팀을 이뤘던 시즌이 끝난 이후 “바둑리그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팀’으로 함께 경기한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수선발식이 끝난 후 선수단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고 전한 박 감독은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저희 팀 선수들은 다들 성격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불편한 사이가 한 명도 없다. 기분 좋게 회식했다”고 말했다. 든든한 주장 강동윤 9단 외에 2~4지명 선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2지명 박민규 선수는 인터넷 대국으로 훈련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속기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3지명 송지훈 선수는 열정적인 선수”라며 “이 선수의 열정이 저희 팀에 뜨거운 기운을 보태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지명 강승민 선수는 고점이 높은 선수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한 박 감독은 “팀에 잘 녹아들고 제가 긴밀하게 잘 서포트한다면, 100% 컨디션일 때 언제든지 상대팀 주장이나 용병을 꺾을 수 있는 선수로서 기대가 크다”고 치켜세웠다.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주장을 맡은 강동윤 9단. 사진=유희태 기자

‘1분 10초 피셔룰’ 맞춤형 훈련 매진…필요한 내용은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요구할 것

한국 랭킹 6위이자 중국 갑조리그에서도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바둑리그 터줏대감 강동윤 9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속기 바둑 강자’이기도 하다. 강 9단은 “1분 10초 바둑은 인터넷으로는 많이 둬봤는데 공식 기전에선 처음”이라며 “바둑리그 선발전에서 직접 대국해본 기사들 얘기를 들어보니 인터넷 바둑과는 확실히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9단은 “내용적으로는 정말 ‘모 아니면 도’ 식의 바둑도 많이 나올 것”이라며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은 감추지 않았다. 강 9단은 “팀에 속기파도 많고 인터넷 바둑으로 연습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잘 준비하면 유리한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감독들도 달라진 대국 조건으로 인해 팀 훈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박 감독은 “1분 10초 피셔 바둑으로 바뀐 상황에서 실전 훈련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모여서 훈련할 생각이고, 팀의 지원을 통해 예산안도 그렇게 짰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국 환경에 본인의 리듬을 맞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주문할 생각”이라고 훈련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를 이끌어나갈 리더십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그동안 국가대표 코치 6년, 바둑리그 감독 3년을 해왔다”면서 “다른 스포츠 분야 감독과 코치들은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밀착 마크하는지 많이 찾아봤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 분야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감독과 선수가 서로 신뢰하는 사이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전문 분야에서 조언했을 때, 선수들이 깊이 받아들인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감독은 “저희 팀과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제 도움이 필요하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면서 “그게 다가가는 첫 걸음”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바둑과 관련해서, 1분 10초 피셔룰에 대해 선수들에게 주문할 내용은 정말 과감하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지휘봉을 잡은 ‘명장’ 박정상 감독이 보여줄 이번 시즌 활약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유희태 기자

평범해 보이는 영림프라임창호 팀에 비범한 한 칼 있다

이번 시즌 경계되는 팀과 선수들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강동윤 9단은 “소문으로 최재영 선수가 10초 바둑을 잘 두는 걸로 들었다”면서 “김진휘 선수도 빨리 잘두기 때문에 킥스(Kixx)가 위협적인 팀”이라고 꼽았다. 바둑리그 명문 구단 중 하나인 킥스는 박정상 감독에게는 ‘친정’ 같은 팀으로, 박 감독은 현역 시절 KB국민은행이 메인 스폰서를 맡은 첫 해인 ‘2006 한국바둑리그’ 킥스팀 소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박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 울산 고려아연의 용병 랴오위안허가 10초에 특화돼 있는 걸로 알려져 있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은 뒤 “저희 팀에서 박민규 선수를 뽑은 이후 바로 다음 순번으로 합천에서 지명한 한우진 선수, 문민종(울산 고려아연) 선수 등이 속기 바둑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기에 능한 선수를 보유한 팀에는 강팀을 잡을 수 있는 ‘한 방’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저희 팀을 우승후보로 거론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뽐낸 박 감독은 “유튜브 조회수 530만회를 돌파한 영림 그룹 창업주 황복현 회장님의 ‘휴먼스토리’ 영상을 인상 깊게 봤는데, 특히 ‘평범 속의 비범’이라는 문구가 뇌리에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해 보이는 저희 팀에 비범한 한 칼이 있다”면서 “저희 팀이 결코 다른 팀에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반보 앞서 나갈 걸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신생팀에 대한 응원도 당부했다. “바둑리그에서는 팀을 응원하기보다 선수에 대한 응원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복기한 박 감독은 “이번 시즌 영림프라임창호는 어떤 팀보다도 ‘팬 프렌들리’한 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 9단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팀의 전력이 사실 다른 팀에 비해 좋다고는 할 수 없다“고 웃으며 얘기한 뒤 “영림프라임창호 팀을 응원하시면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인 언더독 팀이 도전자 입장에서 점점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함께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림의 ‘영림프라임창호’는 꾸준한 연구개발로 단열 성능과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4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인테리어·창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인테리어 쇼룸 ‘영림홈앤리빙’을 강남, 송파, 인천에 오픈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시즌 바둑리그 ‘지역 투어’ 진행 시, 영림 그룹 창업주인 황복현 회장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해 큰 화제를 모았던 영림 강남 전시장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박 감독과 강 9단은 “영림 그룹이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만큼, 이번 시즌 영림프라임창호도 좋은 성적을 내서 브랜드 스토리가 대중들에게 널리 어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차 선수선발 명단. 각 팀은 추후 예선을 뚫고 합류하게 될 5지명 선수 추가 지명과 외국 기원 소속 선수로 한정된 후보 영입전을 펼치고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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