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연령 상향 검토에 웃지 못하는 요양업계…‘노노케어’ 고착화 우려

노인연령 상향 검토에 웃지 못하는 요양업계…‘노노케어’ 고착화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노인 연령 75세 상향 여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고착화된 ‘노노(老老)케어’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인 연령 단계적 상향과 함께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현재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지난 7월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겼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기대 수명도 급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기대 수명은 82.7세로 1970년 62.3세에 비해 20.5세 늘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기준을 재정의하자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71.6세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3년 주기로 노인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매번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이 늦춰지고 있다.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이 취임해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대한노인회는 1970년 정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이자 국내 최대 노인 단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고령화가 지속되면 현재 1000만명인 노인 인구가 2050년에는 2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며 “정년 연장과 같은 제도 도입을 통해 신규 노인 진입자가 기본 수당을 받으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해 당당한 노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고, 노인 부양을 비롯한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65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노인들을 생산 인구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정부는 노인회의 이 같은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인력이 매우 부족해 상당히 많은 외국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라며 “노인 연령 상향 문제를 신중하고 중요한 아이템으로 보고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의료, 연금, 요양 등 복지 수요가 급증하고, 부양할 생산 가능 인구는 급감하는 등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지속 가능하고 감당 가능한 사회 복지 구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라고 적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인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만 65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2028년까지 매년 1년씩 늦춰 만 70세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해외 선진국들은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문제를 정책적으로 대응해왔다. 영국은 2020년에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조정했고, 2026년에 67세로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2020년 법률 개정을 통해 70세까지 퇴직자 재고용 또는 정년 연장을 하도록 규정했다.

향후 노인 연령 상향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강한 노인이 몸이 불편한 노인을 보살피는 ‘노노케어’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 취업자 수는 155만3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43만6000명보다 11만7000명 늘었다.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에는 노인복지관, 방문요양 등 요양 서비스 기관과 놀이방, 직장 보육시설 등이 포함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이 취업하는 비거주 복지시설 취업자가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었다”면서 “고령화로 노인 돌봄 수요가 전반적으로 많아진 영향이다”라고 분석했다.

요양업은 상당수가 임시고용직이고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데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처우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젊은 인력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 20~40대에선 기피 업종으로 통한다. 장기요양기관 종사 인력 중 요양보호사는 2023년 12월 말 기준 61만69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61.7세다. 2019년 평균 나이가 58.5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후에는 약 68.9세, 20년 후에는 약 76.1세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노인 연령 기준만 높이면 고령 은퇴자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업계에 뛰어드는 경우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단순한 노인 연령 상향은 노노케어 현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상향 전에 복지사각지대는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돌봄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노인 연령 상향은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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