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했다. 수도권 중심의 기존 산업 구조를 넘어 서남권 등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대규모 AI 인프라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할 것”이라며 “총 80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통해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충청권에는 8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첨단 패키징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35년까지 1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구축해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000조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서남해안 입지의 타당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서남해안은 발전에서 장기 소외되었던 탓에 역설적으로 광활하고 안정된 가용토지가 남아 있다”며 “용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의 핵심 화두인 RE100을 충족할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공세에는 직접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호남 입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되,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협조해 주시고 정치적 목적으로 지역 갈라치기나 지역 갈등 조장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윤석열 대통령 재임 시 국민의힘 정부에서 이미 공식 확인한 일이니, 최소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호남 반도체 산업 입지에 대해 이상한 말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자신들이 과거 행위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도 그럴 것이라 지레짐작하며 비난하지 말라”며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입지 선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한 것 아니냐며 공세를 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광주·전남에 반도체 공장이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율적 판단 아래 투명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절차에 따라 입지가 결정된 것인지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공직자 설득으로 CEO가 결단한 것’이라는 대통령 발언은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이자 공장의 입지가 정부의 간섭과 개입으로 결정된 것임을 자인한 관치개입 자백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로 경쟁하는 2개의 대기업이 동시에 같은 입지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관치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SNS 대응 방식도 문제 삼았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고 쓴 지 5분 만에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며 야당을 비난했다”며 “진심으로 야당으로부터 협조를 원한다면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의 SNS 발언을 두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임과 철학, 미래 비전은 없고 거친 욕망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광주·전남에 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여러 보고서에 나와 있다”며 “광주·전남에 물이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이 대통령은 아무 근거가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현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투자 현실성 문제를 제기했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평택에서 발표했던 K-반도체 전략을 기억한다”며 “그때도 510조 투자, 세계 최대 공급망, 용수와 전력, 인재 양성을 말했으나 여전히 인허가, 전력망, 용수, 인재 부족 앞에서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 투자를 하더라도 용인의 반도체 국가산단·일반산단 클러스터 완공과 조기 가동이 먼저”라며 “기흥, 화성, 평택, 이천, 청주, 용인을 잇는 기존 초격차 생태계가 흔들리면 호남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국가 전략 차원의 필수 정책으로 규정하며 야당 공세를 반박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투자는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고 국가 미래 성장 동력과 글로벌 대기업들의 명운이 달린 국가 대계”라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관치 논란 제기에 대해 “글로벌 기업의 생존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자 국가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악질적인 발목 잡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악질적인 흑색선전에 민주당은 관용 없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도 “기업은 정치적 이유로 수백조원을 투자하지 않고, 표를 보고 경영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보는 것은 오직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황 최고위원은 입지 타당성과 관련해 “광주·전남은 윤석열 정권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지역”이라며 “풍부한 수자원과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춰 RE100 요건을 가장 완벽히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객관적 평가를 정무적 판단으로 뒤집고 호남을 배제한 채 용인, 평택, 구미만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했다”며 “이것이야말로 관치경제이고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며 지역 패싱”이라고 맞받았다.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도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를 막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를 인질로 삼는 범죄나 다름없다”며 “정치 공세를 멈추고 국회 차원의 지원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내 직할 담당관을 두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청와대 안에 3대 메가프로젝트 직할 담당관을 두겠다”며 “직접 챙기고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