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광역자치단체 4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2곳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참패는 자명하다.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당내 초·재선 의원 주축의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장 대표와 지도부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당 대표 거취는 당원이 결정할 문제”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장 대표가 말한 당원 결정은 얼핏 당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당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말이 거취 결정을 미루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선거 참패 이후 대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모호한 원론이 아니라, 당심을 확인할 구체적인 절차다.
현재 장 대표의 행보는 그 말과 거리가 멀다. 자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해당행위로 규정하며 징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내부 비판을 해당행위로 몰고 쇄신파·친한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방식은 당심을 묻는 절차라기보다 경쟁을 차단하는 태도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당권파와 쇄신파 간 갈등이 길어질수록 정당으로서의 기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분을 타개할 방안은 있다. 장 대표가 스스로 ‘결정권은 당에 있다’고 말한 만큼,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직 문제를 공개 절차에 부치면 된다. 전당대회는 과열된 내부 갈등을 제도 안에서 정리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남는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지도부 공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원 구성 협상과 부실선거 사태, 민생 현안 등 국회가 처리해야 할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내홍에 휩싸인 위태로운 지도부 체제는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필요하다면 원 구성을 완료하거나 민생 현안을 임시 수습한 뒤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못 박는 ‘조건부 전당대회’를 선언할 수도 있다.
장 대표가 당의 미래를 바라본다면 이제는 거취 논란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 참패한 정당이 해야 할 일은 정적 솎아내기가 아니라 책임을 공개 절차에 부치는 것이다. 징계의 칼날을 내부에 겨누는 방식으로는 쇄신 요구를 잠재울 수 없다. 장 대표가 말한 당원 결정이 진심이라면, 전당대회라는 절차를 통해 자신의 리더십과 당의 진로를 함께 물어야 한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