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AI 시대 전력난 해법은 ‘히트펌프’… 기계연, 국가 전략기술 제시

AI 시대 전력난 해법은 ‘히트펌프’… 기계연, 국가 전략기술 제시

산업 공정열 탈탄소화, 데이터센터 냉각문제 동시 해결
고온 히트펌프·자연냉매·디지털 기술 중심 시장 재편
2030년 세계 시장 1626억 달러, 산업용 분야 성장 가속
폐열 회수부터 지역난방 연계까지 열에너지 플랫폼 진화
핵심 부품 국산화·실증 인프라 구축·산업정책 확대 필요

승인 2026-06-15 13: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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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펌프 개념도. 한국기계연구원
히트펌프 개념도.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이 인공지능(AI) 시대 에너지 전환의 핵심 해법으로 히트펌프 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수요와 냉각부하가 함께 증가하는 가운데, 산업 공정에서 쓰는 열과 데이터센터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다시 활용하는 히트펌프가 탄소중립과 AI 인프라 확대를 동시에 해결할 국가 전략기술로 분석해 눈길을 끈다.

기계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계기술정책 제124호‘를 15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과 기술, 정책 동향을 종합 분석하고 우리나라가 확보해야 할 핵심 기술과 산업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히트펌프를 단순한 냉난방 장비가 아닌 산업 공정과 건물,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열에너지 체계로 연결하는 기반기술로 평가했다.

히트펌프는 공기와 물, 지열, 산업 폐열 같은 저온의 열을 흡수해 더 높은 온도의 열을 만드는 장치다.

적은 전기로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어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어 건물 냉난방뿐 아니라 산업 공정열 생산과 데이터센터 냉각, 폐열 회수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에서는 산업용 히트펌프 확보가 탄소중립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과 제지, 화학, 섬유, 제약 공정은 대부분 100℃ 이상의 열과 스팀을 사용한다.

지금까지는 화석연료 보일러 의존도가 높았지만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를 적용하면 공정열을 전기로 생산하고 버려지는 폐열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기술 경쟁의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기기 자체의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와 자연냉매, 디지털 히트펌프, AI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기술이 시장을 이끄는 핵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는 건물 난방을 넘어 산업용 스팀 생산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건조와 살균, 증류, 세정 같은 공정에 필요한 고온 열을 공급할 수 있어 제조업 탈탄소화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 규모 추이(억 달러). 한국기계연구원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 규모 추이(억 달러). 한국기계연구원

보고서는 앞으로 대용량·고온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친환경 자연냉매 기술도 중요한 연구 분야로 꼽았다.

기존 합성냉매는 지구온난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국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프로판 같은 자연냉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급탕과 한랭지 분야에, 암모니아는 산업용과 지역난방 분야에, 프로판은 주거와 상업용 분야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히트펌프는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시스템이다.

실제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에너지 사용량과 전기요금, 열수요를 고려한 최적 운전을 지원한다.

장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냉매 누설과 이상 상태를 감지하는 예지보전 기능도 수행한다.

해외에서는 장비 판매를 넘어 클라우드 기반 운영 플랫폼과 에너지 관리 서비스 시장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은 히트펌프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열을 배출한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를 거대한 저온 폐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액체냉각 기술과 대형 히트펌프를 결합하면 폐열을 지역난방이나 산업용 온수로 활용할 수 있고, 냉각수와 열교환기, 축열 설비, 지역난방망을 연결한 통합 에너지센터 구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냉매와 압축기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고체 재료를 이용하는 칼로릭 히트펌프와 음파를 이용하는 열음향 히트펌프, 전자기기 냉각에 적합한 열전 히트펌프, 폐열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열화학 히트펌프, 산업 폐열을 고온으로 승온하는 히트 트랜스포머 등이 미래 유망 기술로 꼽혔다.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은 2024년 758억 달러에서 2030년 16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용 시장도 제조공정 탈탄소화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주요국은 보급 지원을 넘어 산업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탄소가격제와 사회기후기금을 연계해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고, 미국은 세액공제를 통해 제조 기반을 키우고 있다.

중국도 건물과 산업, 농업, 교통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건물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산업용 고온·대용량 히트펌프와 AI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분야까지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무급유 터보 압축기와 캐스케이드 사이클 같은 핵심 기자재 국산화, 자연냉매 전환을 위한 제도 정비,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를 연계한 실증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계연은 탄소중립기계연구소 산하 히트펌프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와 디지털 트윈,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대표 브랜드 ‘케이히트업(KHEATUP)’을 통해 미활용 폐열 회수와 열에너지 통합 관리 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산업 현장 실증과 국제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기계연 기계정책센터 이운규 책임연구원은 “히트펌프는 산업 공정 탈탄소화의 핵심 수단이자 전력과 열, 데이터를 연결하는 에너지 전환 플랫폼"이라며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산업 공정열 탈탄소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이 핵심 기술과 부품, 실증 인프라, 제도 기반을 함께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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