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는 공무원노조 서울 25개구 지부장들이 참석해 용산구청의 기존 조사 결과 인용과 가해자 직위해제, 징계 절차 착수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은 이미 용산구의회 외부 전문가 조사와 갑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징계 요구까지 이뤄진 사안”이라며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 재발 방지 대책, 가해자 책임 조치 없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건물에서 근무했던 피해자 A씨는 이날 “출근길마다 겪어야 했던 일상은 고통 그 자체였다”며 “다수 피해 직원이 용기를 내 신고하고 증언했지만, 돌아온 것은 가해자 엄벌이 아니라 절차적 하자를 핑계로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린 시스템의 무책임한 방치였다”고 말했다.
A씨는 “신고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고, 피해자들은 고통을 수차례 진술하며 반복해 상처 입었다”며 “겪었던 갑질보다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비정상적인 시간이 더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직장 내 괴롭힘 끝에 퇴사한 피해자 B씨도 “가해자 C씨가 직위해제나 대기발령 없이 재택근무 권고마저 거부한 채 정상 출근을 이어가고, 피해자들이 요구한 분리와 보호가 끝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도리어 가해자는 이른바 ‘황제 병가’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쿠키뉴스는 지난달 14일 단독 보도를 통해 서울 용산구의회 5급 전문위원의 계약직 직원 대상 막말 등이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음에도, 피해자 분리 등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피해자와 공무원노조는 가해자 직위해제와 실질적인 분리 조치를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해자는 직위해제 없이 병가를 낸 상태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8일 용산구의회 갑질심의위원회에서 갑질로 인정됐다. 용산구의회는 같은 달 15일 서울시의회에 중징계를 요청했으나, 서울시의회는 당일 이를 반려했다. 용산구의회의 인사권은 독립돼 있지만 조사·감사 권한은 용산구청 감사과에 있어, 절차상 구청 감사과의 재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용산구청 감사과는 피해자와 가해자, 증인들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기존 의회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가해자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용산구의회의 갑질 조례 폐기 움직임도 문제 삼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일 용산구의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갑질 조례 폐기가 건의됐다. 노조는 구청 재조사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조례 폐기가 추진될 경우, 사건 처리 절차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갑질 조례를 제정했던 구의원과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함께 조례를 무력화하고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용산구청장을 향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없는 용산구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제도적 공백에서 피해자들이 방치되는 현실은 용산구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전국 공무원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의회 절차를 거쳐 조사된 결과를 인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는 와중에 조례 폐기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은 신고와 처리 절차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직 징계 절차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근거 조례가 사라진다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길이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