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 (0)
고삐 풀린 환율 17년래 최고…실물경제 ‘휘청’

고삐 풀린 환율 17년래 최고…실물경제 ‘휘청’

장중 1555원 돌파·수입물가 20%대 급등…
“1600원 가시권” 경고에도 정부 ”일시적 현상”

승인 2026-06-08 18: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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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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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으며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에 상승세는 일단 진정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8일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1원 하락한 1535.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555.2원까지 오르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긴급 시장점검과 구두 개입이 이어지며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지만, 여전히 153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변동성 확대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공동 메시지를 통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은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쏠림 현상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환율 급등은 대외 변수와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의 5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17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8만8000명)를 크게 웃돌면서 달러 강세가 재점화됐다. 달러지수는 100선을 회복했고, 미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기술주·반도체주 중심의 글로벌 증시 조정이 나타났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북부 공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국내 요인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역송금 수요가 확대된 데다, 역외 투기 수요와 수입업체의 달러 매수까지 가세하며 쏠림이 심화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기계적 리밸런싱으로 환율 상승을 주도한 외국인 역송금 수요에 역외 투기적 수요가 더해져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수입물가 20%대 급등…취약계층·내수기업 직격


문제는 고환율이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은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동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수입물가 상승률은 20%대로 뛰어올랐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전반에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수입물가 급등은 취약계층과 내수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시장에선 당국의 구두 경고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환율이 당분간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추가 상승 속도를 제어할 수는 있겠지만, 환율 하락 압력을 높일 만한 재료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번주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는 1530~1590원”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환율 상승에 관한 질문을 받고 “지금 환율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일시적 현상”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가파른 급등세의 핵심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꼽았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외국인 투자 펀드 내 한국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커졌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언젠간 안정이 될 것”이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지난달 24일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며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면 원화 가치도 회복될 것이라는 안이한 진단에만 기대어 외환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시적 효과라고 해도 반도체 고밸류에이션 부담, 유가와 중간재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누적된 상황인 만큼 6~7월은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수급과 대외 변수 영향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 대응과 수급 여건 변화에 따라 점진적인 안정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큰 구간인 만큼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8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69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말 4278억8000만 달러보다 8억80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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