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 8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6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다만 카드사 8곳이 석 달 동안 벌어들인 순익은 증권사 한 곳의 분기 순익에도 못 미쳤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9억원이다. 위탁매매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운용손익, 투자은행(IB) 부문 이익 증가에 더해 스페이스X 등 투자자산 평가이익까지 반영되며 실적이 크게 뛰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불과 2년 전인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705억원에 그쳤다. 업황과 사업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카드업계 성장 정체는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업계는 이번 실적 개선도 수익 성장보다는 비용 절감 효과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경기 둔화 속에서 마케팅 비용과 판매관리비를 줄이며 실적을 방어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카드사들은 희망퇴직과 함께 포인트, 무이자 할부, 할인 혜택 등을 축소하며 비용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성장하면서 경쟁하는 분위기여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비용을 더 잘 줄였느냐의 싸움에 가깝다”며 “전년에 부진했던 곳들이 올해 기저효과로 반등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여전채 금리…차환 부담도 현실화
이런 가운데 올해 수익성을 둘러싼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들에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1~1.5%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지난해 관리 목표치인 3~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카드론을 하지 말라는 수준”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카드론이 그동안 카드업계 수익을 떠받쳐온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여력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상생금융 차원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대출 공급 기관에 카드사를 추가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조달 원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마진이 크지 않은 정책성 대출 공급까지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조달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4.262%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초 같은 조건의 여전채 금리가 2.725%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약 1.56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고객 대출과 결제 서비스 등에 활용해 수익을 낸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당분간 여전채 금리가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결제 데이터 활용 막혀”…규제 개선 요구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카드사들이 이미 보유한 결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커머스·콘텐츠·통신 산업 경계는 빠르게 흐려지고 있지만 국내 카드사는 여전히 과거 여신전문금융업 규제 틀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빅테크는 결제를 기반으로 금융과 플랫폼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카드사는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도 비금융 서비스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업종 중심 규제보다 기능과 위험 중심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카드사들은 이미 데이터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비자는 핀테크 인수합병을 통해 데이터 서비스와 보안 솔루션 분야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여행·멤버십·컨설팅·사이버보안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도 월평균 12억건 이상의 결제 트랜잭션 데이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자주 구매했는지에 대한 소비 패턴이 모두 담긴 데이터다. 업계에서는 이미 가진 데이터 자산을 소비자 편익과 신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중요한 것은 카드사가 이미 보유한 데이터 자산”이라며 “별도의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 필요도 없이 기존 데이터를 소비자와 시장의 편익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가 카드업계 생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