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5일 (1)
배터리는 빌리고 차만 산다…전기車 배터리 구독 득일까, 부담일까

배터리는 빌리고 차만 산다…전기車 배터리 구독 득일까, 부담일까

차값은 낮아진다지만…관건은 월 구독료
배터리 빠진 전기차, 중고차 가격 셈법도 흔든다
화재, 사고 등 책임 기준 마련은 숙제

승인 2026-05-20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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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전기차 배터리를 차량에서 떼어내 구독하는 방식의 실증 사업이 시작된다. 차체는 소비자가 사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구조다.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차량 가격에서 분리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배터리 소유권이 차량과 분리되면서 전기차의 구매 비용뿐 아니라 사고·화재 책임,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 계약 승계 문제까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실증은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어려웠던 차체와 배터리 소유자 분리를 규제특례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2년간 현대자동차 전기차 2000대를 목표로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장 4년의 실증 기회가 부여되며, 성과가 입증되면 법령 정비를 거쳐 제도권 편입도 검토된다.

값은 낮아지지만…관건은 월 구독료

배터리 구독 모델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초기 구매 비용 인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탑재되는 배터리 가격은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를 타고 싶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총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소비자는 차량 구매 이후 매달 배터리 구독료를 내야 한다. 월 사용료가 높거나 차량 보유 기간이 길어질 경우, 초기 구매 가격 인하 효과가 장기 구독료로 상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배터리 구독이 구매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비용을 나눠 내는 금융기법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토부가 차체와 배터리 소유자를 달리하는 방안을 실증특례로 허용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쓸 수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부가 차체와 배터리 소유자를 달리하는 방안을 실증특례로 허용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쓸 수 있다. 국토교통부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리스사가 배터리를 회수해 재이용함에 따라 배터리 잔존가치만큼 소비자의 구독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한 달 구독료가 얼마로 정해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충전 요금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월 20만~25만원 수준이라면 시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구독 서비스 역시 결국 할부금을 나눠서 내는 구조에 가깝기 때문에 전체 구매 비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되팔 때는 어떻게…중고차 거래도 변수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중고차 시장에서도 배터리 구독 모델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존 중고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과 잔존가치 등이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배터리 구독 차량은 소비자가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는 만큼, 중고차 가격을 산정할 때 차체 가치와 배터리 구독 조건을 분리해 따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모델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차체와 배터리 가치를 분리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차량 자체 가격은 낮게 형성될 수 있지만, 별도 배터리 구독료까지 함께 고려하면 소비자의 실제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 전기차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중고 전기차 구매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배터리 상태인데, 배터리를 리스사가 관리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성능 저하에 대한 불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만 고려한다면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다”며 “낮아진 차량 가격보다는 중고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유권 나뉜 배터리, 책임 기준도 필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내부 구조.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내부 구조. 현대자동차
배터리 소유권이 차량에서 분리되면 책임 소재도 복잡해진다. 배터리 성능 저하, 사고, 화재, 수리비 발생 시 제작사와 리스사, 소비자 간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소비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제 운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충격을 어디까지 소비자 책임으로 볼지도 쟁점이다. 과속방지턱이나 도로 위 이물질, 하부 충격처럼 일상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많은 만큼 배터리 소유자와 운전자 간 책임 기준을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배터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스펙션 체계와 보험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에 이호근 교수는 “정상적인 운용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있을 때는 배터리 소유사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과속방지턱이나 오프로드 주행, 하부 충격 등 실제 운행 과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돌멩이 충격까지 운전자 책임으로 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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