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실증은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어려웠던 차체와 배터리 소유자 분리를 규제특례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2년간 현대자동차 전기차 2000대를 목표로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장 4년의 실증 기회가 부여되며, 성과가 입증되면 법령 정비를 거쳐 제도권 편입도 검토된다.
값은 낮아지지만…관건은 월 구독료
배터리 구독 모델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초기 구매 비용 인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탑재되는 배터리 가격은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를 타고 싶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총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소비자는 차량 구매 이후 매달 배터리 구독료를 내야 한다. 월 사용료가 높거나 차량 보유 기간이 길어질 경우, 초기 구매 가격 인하 효과가 장기 구독료로 상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배터리 구독이 구매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비용을 나눠 내는 금융기법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한 달 구독료가 얼마로 정해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충전 요금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월 20만~25만원 수준이라면 시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구독 서비스 역시 결국 할부금을 나눠서 내는 구조에 가깝기 때문에 전체 구매 비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되팔 때는 어떻게…중고차 거래도 변수

이에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모델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차체와 배터리 가치를 분리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차량 자체 가격은 낮게 형성될 수 있지만, 별도 배터리 구독료까지 함께 고려하면 소비자의 실제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 전기차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중고 전기차 구매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배터리 상태인데, 배터리를 리스사가 관리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성능 저하에 대한 불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만 고려한다면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다”며 “낮아진 차량 가격보다는 중고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유권 나뉜 배터리, 책임 기준도 필요

특히 실제 운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충격을 어디까지 소비자 책임으로 볼지도 쟁점이다. 과속방지턱이나 도로 위 이물질, 하부 충격처럼 일상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많은 만큼 배터리 소유자와 운전자 간 책임 기준을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배터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스펙션 체계와 보험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에 이호근 교수는 “정상적인 운용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있을 때는 배터리 소유사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과속방지턱이나 오프로드 주행, 하부 충격 등 실제 운행 과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돌멩이 충격까지 운전자 책임으로 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