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6)
“벼락거지 될라”…개미 빚투 열풍에 은행권도 ‘예의주시’

“벼락거지 될라”…개미 빚투 열풍에 은행권도 ‘예의주시’

승인 2026-05-14 06:00:07 수정 2026-05-15 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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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여·33)씨는 최근 지인들이 주식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개설했다. 이씨는 “가만히 있다간 벼락거지가 되는 것 같아 마통을 뚫어 반도체주를 매수했다”며 “뒤늦게 뛰어든 터라 고점에 들어간 건 아닌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폭증하고 예금이 증시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가 뚜렷해진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50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을 의미한다. 4월 말(39조7877억원) 이후 불과 3영업일 만에 7152억원 급증했다. 역대 월말과 비교하면 2023년 1월 말(40조5395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대표적인 지표인 신용거래융자도 오름세다. 올해 4월 말 기준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7조3000억원)보다 약 8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35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추가 상승한 것이다.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포모(FOMO·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투자 기회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단기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예금 이탈세도 뚜렷하다. 은행에 머물던 자금이 빠른 속도로 증시로 향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37조1834억원으로, 3월 말(937조4565억원)보다 2731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939조2863억원)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2조1029억원에 달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 역시 감소세다. 지난달 말 잔액은 696조5524억원으로 3월 말보다 3조3557억원 줄었다. 지난 7일 기준으로도 4월 말 대비 5013억원 추가로 빠졌다. 두 달 연속 감소세로, 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관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고객이 한도 내에서 수시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잔액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처럼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차주의 상환 여력 악화 가능성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감소 흐름 역시 은행권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정기예금은 만기 구조가 예측 가능해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 기반이 흔들리면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급격한 자금 이동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높이고, 실물경제 전반에서 투기 성향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을 틈타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움직임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증시가 조정받고 금리가 함께 오르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 가계부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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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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