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3)
비만약 전성시대…항암제 제치고 세계 최다 판매 의약품 등극

비만약 전성시대…항암제 제치고 세계 최다 판매 의약품 등극

승인 2026-05-13 06:00:10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치료제’ 순위가 3년 만에 바뀌었다. 머크(MSD)의 간판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2023년 이후 사수해온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자리를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에 내줬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중심축이 중증 질환 치료제에서 비만치료제로 이동하면서 국내사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87억 달러(약 1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79억 달러(약 11조57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키트루다를 앞질렀다.

일라이 릴리의 또다른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판매 실적까지 합산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동일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를 활용하는 의약품이다. 티르제파타이드 제품군의 1분기 전체 매출액은 127억 달러(약 18조6000억원)에 달한다.

마운자로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비만치료제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도 높은 수익을 올렸다. 위고비 주사제는 1분기 약 28억7336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또 먹는 알약 형태의 ‘위고비 필’은 미국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처방 200만 건을 돌파했다. 아직 출시 초기인 위고비 필은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미국에서 GLP-1 계열 의약품 출시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비만치료제의 가치가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의 ‘제약 혁신 수익률 측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제가 항암제를 제치고 가장 큰 가치를 가진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됐다. 이는 16년의 분석기간 중 처음으로 비만치료제가 종양학(항암제)을 제치고 파이프라인 가치가 가장 큰 약물이 됐다.

비만 파이프라인 점유율은 지난 2022년 단 1%에 불과했으나 2024년 16%로 수직 상승하며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항암제 비중은 같은 기간 26%에서 20%로 하락했다. 수익성 지표인 내부수익률(IRR)에서도 비만치료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25년 기준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의 예상 IRR은 7%로 상승했으나, 비만치료제 자산을 제외할 경우 업계 평균 연구개발(R&D) 생산성은 2.9%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비만치료제가 제약 산업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제약업계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출시되면 국내 첫 비만치료제가 된다. 한미약품은 위고비나 마운자로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웅제약은 최근 약물 전달 플랫폼 기업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월 1회 비만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주사제의 번거로움을 개선해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에 따르면 GLP-1 계열을 포함한 글로벌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최대 2000억 달러(약 29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매출 기대치에 비해 성장 속도가 낮고 성공률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는 분야”라면서 “마운자로, 위고비가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만큼, 국내사들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복용 편의성, 투약 지속성 등 기존 제품과 차별화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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