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 (0)
농협發 직선제 바람, 수협으로 번지나

농협發 직선제 바람, 수협으로 번지나

187만 농협보다 가벼운 15만 수협…행정 하중 낮아 도입 수월
조합장·중앙회장 선거 한 달 간격…임기 조정 부담 없이 직선제 도입 가능

승인 2026-04-28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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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조합원 직선제 도입이 유력해지면서 같은 간선제 구조를 유지해온 수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직선제 전환’ 압박이 번질 조짐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 당정 협의를 통해 2028년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현행 조합장 간선제를 폐지하고, 전체 조합원 가운데 중복 가입을 제외한 약 187만명에게 1인 1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금품선거 의혹과 대표성 부족 논란이 반복돼온 데 따른 조치다.

그동안 중앙회장 선거에서 소수 조합장이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매수·줄세우기 논란이 되풀이돼 왔고, 조합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컸다. 조합장 수백명을 상대로 한 폐쇄적 선거를 187만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바꾸면 조합원 주권을 강화하고, 일부 지역·조합에 집중됐던 선거 구도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당정의 논리다. 당정은 이사회 의장과 집행부를 분리하고, 독립 감사기구 신설과 사외이사 등 외부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농협법 개정안에 함께 담았다.

일정 면에서는 단계적 전환을 추진한다. 당정은 2028년 차기 회장 임기를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한 차례 단축해 선거 주기를 맞추는 과도기 조치를 두기로 했다. 오는 2031년부터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동시에 치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정부는 조합원 직선제 전환에 따른 선거 비용을 최대 약 190억원으로 추산했다. 현행 조합장 간선제 비용과 비교하면 수백 배에 이르는 규모지만, 동시조합장선거와 함께 치르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선거 주기·규모 모두 유리…수협, 직선제 ‘시범 무대’ 관측

농협 개편 논의가 가시화하면서 수협도 직선제 전환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187만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는 건 협동조합 역사에서 상징성이 상당한 조치”라며 “농협이 조합원 직선제를 택한 상황에서 수협만 간선제를 유지하기는 갈수록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협은 농협 대비 직선제 전환에 유리한 선거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주목된다. 수협중앙회장 선거(2월)와 전국동시조합장선거(3월) 간격은 한 달가량에 불과해, 수협법 개정 시 별도의 임기 조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다. 선거 주기 불일치로 차기 회장 임기 단축(4년→3년)을 포함한 과도기 조치를 함께 논의 중인 농협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행정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수협은 조합원 15만명, 전국 90여개 조합장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제도 변화에 따른 하중이 농협보다 덜하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논의 과정에서 수협이 오히려 직선제 도입의 ‘시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협 내부에서 직선제 논의가 처음 불거진 것도 아니다. 2021~2022년 국회에서는 수협중앙회장을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는 내용의 수협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당시 “조합원 민주성을 높이고 특정 지역 독점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찬성론과 “전국 선거에 따른 비용 부담, 대형 조합 쏠림이 불가피하다”는 반대론이 맞섰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법안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농협 개혁이 기폭제가 되면서 멈춰 있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직선제가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면 대표성은 확대되지만, 선거판이 커지는 만큼 대형 조합이나 특정 지역에 표가 쏠리고 회장 선거가 정당·정치권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갈 소지도 있다”며 “전국 단위 선거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만큼 선거비용 상한, 캠프 운영 규제, 사외이사·감사위원회를 통한 사후 견제 장치를 설계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 직선제 논의가 수협으로 번지는 건 시간 문제지만, 업권 특성과 조합원 규모가 다른 만큼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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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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