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도입 논의를 시작한 이후 수년간 표류하던 ‘코너스톤 투자자(Cornerstone Investor) 제도’가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최근 신규 상장 종목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입성한 후 수익률이 급락하는 등 시장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공모 구조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도입 과정에서 제기돼온 배정 형평성 논란과 대형 기관 특혜 우려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하위 규정 설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코너스톤 제도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전 단계에 신뢰할 만한 기관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제도다. 즉, 상장 전 ‘단단한 주춧돌(Cornerstone)’이 될 우량 기관을 미리 확보해 사전 수요를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검증된 기관이 먼저 적정 가격에 사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일종의 ‘품질 보증’ 효과를 주게 된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과 사전수요예측 허용 등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깜깜이 공모가’ 구조에 제동
이번 법안 통과는 침체된 IPO 시장을 겨냥한 구조 개편 성격이 짙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IPO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연말 기준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소위 ‘따상’ 열풍이 정점을 찍었던 2020년 90.4%에서 2021년 54.8%로 낮아진 데 이어, 2024년에는 -17.9%까지 떨어졌다. 올해 IPO 시장 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는 24일 종가 기준 6520원에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8300원)를 여전히 하회하고 있어 투자자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가 거품 문제의 배경으로는 이른바 ‘깜깜이 공모가’가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내 IPO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단계에서 기관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공모가 산정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코너스톤 제도는 이 구조를 대폭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전 단계에서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를 미리 확보해 공모 물량 일부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사전 수요를 가격 결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신고서 효력 발생 전 투자자 모집이 금지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했던 구조다.
시장에서는 공모가 왜곡을 줄이고 상장 직후 급등락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통상 6개월 이상의 의무보유확약(락업)을 조건으로 참여하는 만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홍콩·싱가포르 등 주요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다.
형평성·이해상충 우려, 시행령 디테일이 관건
다만 제도 도입이 곧바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제기되는 ‘개미 소외’ 우려에 대해 당국은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법정 25%)은 유지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코너스톤 물량은 기관 몫(약 75%) 안에서 조정되므로 개인의 몫은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주관사의 영향력 확대도 변수다. 코너스톤 투자자 선정과 배정 과정에서 주관사가 사실상 물량 배분권을 쥐게 되는 만큼 특정 기관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물량이 쏠릴 경우 IPO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보 비대칭 문제 역시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일반 투자자보다 앞선 단계에서 기업 정보를 제공받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공정성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코너스톤 투자자의 신원, 배정 물량, 보유 비율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주관사와의 독립성 요건을 명시하는 등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배정 한도와 사전 정보 제공 과정의 행위 규제 등 세부 기준은 시행령과 하위 규정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결국 실제 효과는 향후 시행령과 세부 규정 설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 철회 증가와 수익률 하락으로 IPO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코너스톤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결국 배정 기준과 공시 수준이 얼마나 투명하게 설계되느냐가 투자자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