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아 온 항아밀로이드 약물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항아밀로이드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 됐다. 이미 해당 치료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와 이를 둘러싼 일부 해석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코크란(Cochrane) 데이터베이스에 게재한 연구를 통해 항아밀로이드 계열 약물이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과는 있으나, 인지기능 개선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일부 국내 치매 전문가들도 해당 연구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항아밀로이드 치료의 한계가 증명된 연구 결과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 연구진이 항아밀로이드 약물 연구를 진행하며 총 17개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실패한 초기 연구 15개와 성공한 임상 2개를 합쳐 데이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분석 방식 자체에 중대한 한계가 있다”며 “10여 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 온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역사와 약제별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데이터를 산술적으로 한데 섞어 결론을 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상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 평균을 내듯 해석한 결과”라며 “서로 다른 세대의 약물과 전혀 다른 임상적 맥락을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를 하나처럼 취급한 것은 접근 방식부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구진이 지적한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대표적 이상반응으로 알려진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에 대한 해석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연구진은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부작용이 뇌부종과 미세출혈 위험을 키워 알츠하이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의 MRI를 보면 ARIA가 적지 않게 관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무증상이고 임상적으로 큰 문제 없이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ARIA 발생 빈도만을 강조해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해외 연구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부 국내 전문가들의 발언이 일선 치료 현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에 앞서 설명 과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기존 치료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항아밀로이드 치료는 원래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효과와 한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오랜 시간 설명이 필요한 치료”라며 “이번 연구와 이를 둘러싼 자극적인 기사, 그리고 실제 임상 경험이 없는 일부 전문가들의 단정적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서는 추가적인 설명과 설득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치료 중인 환자에게 ‘내가 의미 없는 약을 맞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며 “실제 임상 현장에 미치는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불리 한계만을 부각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나아가 “항아밀로이드 치료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하며, 특히 임상 현장과 직접 연결되는 사안일수록 더욱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효과 논란이 단순히 특정 연구의 타당성을 둘러싼 학술적 논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약품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보다 정밀하고 책임감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일선 전문가들은 “치매 치료처럼 환자와 가족의 기대와 불안이 큰 영역일수록, 학술적 해석은 신중해야 하고 보도는 더욱 균형을 갖춰야 한다”며 “충분한 임상 경험과 맥락 이해 없이 내려진 성급한 평가가 오히려 환자 진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