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금융 민원’ 12만건 시대…가상자산·보이스피싱이 키웠다

‘금융 민원’ 12만건 시대…가상자산·보이스피싱이 키웠다

가상자산 민원 1년 새 10배·보이스피싱 민원 125% 폭증
보험 민원, 전체의 절반 육박…손해보험 ‘최다’
금융상담·불법금융 신고도 전반적 증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내실화·AI 기술 활용해 민원처리 효율화

승인 2026-04-21 1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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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민원 권역별 현황. 금감원 제공

지난해 국내 금융민원이 12만 건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민원이 1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한 데다 손해보험·생명보험 민원도 가파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은행권 민원을 끌어올린 점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이 21일 발표한 ‘2025년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등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총 12만8419건으로 전년(11만6338건) 대비 10.4%(+1만2081건) 증가했다. 금융상담(35만9063건)과 상속인 조회(31만738건)까지 포함한 전체 접수 건수는 79만8220건으로 전년(75만096건) 대비 6.4% 늘었다.

금융투자 민원 65% 급증…가상자산이 뇌관

민원 증가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은 금융투자 권역이다. 지난해 금융투자 민원은 1만4944건으로 전년(9036건) 대비 65.4%(+5908건) 급증했다. 전체 권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가상자산 민원이 급증했다.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집계된 가상자산 민원은 당시 6개월간 40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연간 4491건으로 1014.4% 치솟았다. 가상자산거래소의 API 첫 거래 지원금 이벤트 혜택 미지급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증권 부문 민원도 전년 대비 26.9%(+1615건) 증가한 7612건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잦은 전산장애로 주문이 지연되거나 체결에 문제가 생기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투자자문(-27.7%)과 선물(-25.9%) 부문 민원은 감소했다.

금융투자 권역 내 업종별 비중은 증권(50.9%), 가상자산(30.1%), 부동산신탁(9.3%), 투자자문(5.5%), 자산운용(4.1%) 순이었다.

보험 민원, 전체의 절반 육박…손해보험 ‘최다’

보험 권역 민원 역시 크게 늘며 전체 금융민원의 49.0%를 차지했다.

손해보험 민원은 4만8281건으로 전년(4만365건) 대비 19.6%(+7916건) 증가했다. 보험금 산정·지급(+3135건, 14.0%↑), 면부책 결정(+1893건, 49.4%↑), 보험모집(+263건, 14.9%↑) 등 모든 유형의 민원이 일제히 늘었다. 유형별로는 보험금 산정·지급이 전체의 52.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개별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의 총 민원건수가 전년 대비 30.5% 증가해 5346건을 기록했다. 한화손보도 20.4% 늘어난 1581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리츠화재(-2.0%), 현대해상(-1.9%), DB손보(-2.0%) 등은 소폭 감소했다.

생명보험 민원은 1만4656건으로 12.0%(+1571건) 증가했다. 보험모집 유형 민원은 12.8% 줄었지만, 보험금 산정·지급(+30.2%)과 면부책 결정(+18.7%) 관련 민원이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ABL생명(+54.8%), 흥국생명(+48.7%), 라이나생명(+41.9%) 등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은행권 민원유형별 건수, 비중. 금감원 제공


은행 민원 감소했지만…보이스피싱은 125% 폭증

은행 권역 민원은 2만1596건으로 전년(24,043건) 대비 10.2%(△2447건) 감소해 유일하게 줄어든 권역이 됐다. 여신(33.3%), 보이스피싱(20.1%), 예적금(9.7%), 신용카드(5.3%) 순으로 민원이 많았다.

다만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은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이 전년 927건에서 2087건으로 125.7% 증가했다. 계좌지급정지, 전자금융거래제한, 피해예방 제도개선 요구 등이 맞물리며 관련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날로 지능화되는 수법에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은행별로는 수협은행(+115.6%), 카카오뱅크(+86.8%), 하나은행(+67.5%) 등의 민원 증가가 두드러졌다. 국민은행(-4.5%), 신한은행(+8.2%) 등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중소서민 금융 민원은 소폭 감소…대부업·신협은 증가

중소서민 권역 민원은 2만8942건으로 전년 대비 2.9%(△867건) 소폭 감소했다. 다만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신용카드사(-2.4%)와 기타(-29.7%)는 줄었지만, 신협(+28.6%), 대부업자(+25.8%), 저축은행(+18.8%), 신용정보사(+9.9%) 등은 늘었다.

업종별 비중은 신용카드사(43.7%)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용정보사(11.0%), 대부업자(10.2%), 신협(8.9%), 저축은행(7.0%) 순이었다. 신용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가 환산 민원건수 기준 전년 대비 38.7%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고, 삼성카드도 35.1% 줄었다. 반면 롯데카드(+28.7%)는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민원 처리현황. 금감원 제공

금융상담·불법금융 신고도 증가세

금융상담은 35만9063건으로 전년(33만7348건) 대비 6.4%(+2만1715건) 늘었다. 재무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채널을 통한 금융상담 홍보가 활성화된 결과다.

불법금융 피해 신고는 12만5932건으로 전년(10만5714건) 대비 19.1%(+2만218건) 급증했다. 금감원이 2025년 7월 개정 대부업법 시행을 앞두고 불법대부계약 무효화 등 피해구제 방법을 적극 홍보한 효과로 풀이된다.

상속인 조회는 31만738건으로 전년 대비 4.8%(+1만4328건) 늘었다. 정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와 연계해 사망자의 금융거래내역, 토지, 자동차, 세금, 연금 등 재산내역을 한 번에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꾸준히 이용자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원 처리 기간 늘고, 수용률은 개선


민원 처리 현황을 보면, 지난해 처리 건수는 12만7809건으로 전년 대비 17.0%(+1만8559건) 증가했다. 처리 기간은 평균 46.6일로 전년(41.5일)보다 5.1일 길어졌다. ELS 손실 사태, 티메프 사태 등 대규모 집단 민원이 처리되면서 평균 기간이 늘어난 영향이다.

민원 수용률은 41.3%로 전년(39.9%) 대비 1.4%포인트(p) 상승했다. 분쟁민원 수용률이 54.7%로 전년(47.3%) 대비 7.4%p 크게 오른 반면, 일반민원 수용률은 33.9%로 2.2%p 소폭 하락했다.

금감원은 향후 세 가지 방향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금융상품의 설계·제조 단계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소비자보호 감독을 강화한다. 민원처리 과정에서 발견된 불공정 관행을 감독·검사에 환류하는 사전예방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를 정례화하고 위원 구성을 다양화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민원·분쟁 업무 전반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 관점의 지능형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업권의 자율적 민원처리 역량도 끌어올린다. 민원 비중이 가장 높은 보험 권역의 경우,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이나 직원 불친절 관련 단순 민원을 보험협회에 이송해 신속 처리를 유도하는 시범 운영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금융회사 스스로가 민원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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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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