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6)
홍콩 ELS 과징금 결론 ‘오리무중’…5월로 넘어가나

홍콩 ELS 과징금 결론 ‘오리무중’…5월로 넘어가나

승인 2026-04-21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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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권 과징금 최종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원칙과 자율배상·법원 패소 가능성이 주는 부담 사이에서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홍콩H지수 ELS 제재 안건을 29일 정례회의에 상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일, 15일 정례회의에서 홍콩ELS 과징금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이미 ‘5월 결론’ 쪽으로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과징금 관련해 오는 29일 정례회의 참석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이번 달 1일과 15일 일정이 모두 불발되면 5월로 넘어간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2021년 초 이후 판매 물량을 중심으로 지수 하락과 3년 만기 도래에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맞았다.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ELS 규모는 총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우리은행 413억원이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 의결안을 송부받았다. 금감원은 제재심을 통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 1조4000억원의 과징금과 기관경고를 의결한 바 있다. 당초 금감원이 산정한 과징금 규모는 약 4조원이었고, 이후 절반 수준인 약 2조원으로 줄여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사전 통보했다. 다만 제재심은 금감원장 자문기구로 법적 효력이 없어 최종 제재 수위 결정은 금융위의 몫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피해 구제 노력을 반영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낮출 수 있다.

금감원은 이미 할 일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문은 끝나 금융위로 안건을 보냈고, 지금은 금융위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쟁점도 많고 관련 회사와 당사자도 많아 금융위 요청 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감경하자니 솜방망이, 유지하자니 과도

금융위의 고심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과징금을 크게 낮출 경우 소비자 보호 원칙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과징금은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첫 조 단위 제재라는 상징성이 크고, 향후 대형 불완전판매 사건의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반면 현 수준을 유지하면, 이미 1조원 이상 자율배상을 진행한 은행들이 이중부담과 주주 손해, 배임 소지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재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점도 부담이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두나무의 영업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데 이어,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의 직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졌다. 제재가 법원에서 잇따라 뒤집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ELS 과징금 역시 행정소송에서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거액 과징금이 은행 자본 건전성을 압박하는 점도 변수다. 현행 규제상 과징금을 부과받은 은행은 해당 금액의 600%를 리스크로 인식해 위험가중자산(RWA)에 수년간 반영해야 한다. RWA가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해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위가 최근 과징금 관련 RWA 반영 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자본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한 것도 이 같은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거액 과징금이 은행 자본을 잠식하면 기업대출·모험자본 공급 등 현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29일 정례회의 상정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여전히 내용 자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하게 부과되는 과징금은 생산적 금융 기조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과도한 부과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합리적으로 산정된 제재는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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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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