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3)
개청 20년 방사청…‘K-방산 르네상스’ 넘어 글로벌 톱4 안착하려면

개청 20년 방사청…‘K-방산 르네상스’ 넘어 글로벌 톱4 안착하려면

승인 2026-03-12 14:15:21 수정 2026-03-12 15:50:17
기념사 하는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연합뉴스

개청 20주년을 맞은 방위사업청이 ‘K-방산 르네상스’를 넘어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곡점에 섰다. 2006년 출범 이후 투명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국방 산업의 기틀을 마련해 온 방사청은,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직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장밀착형 거버넌스’와 ‘전문 인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건 ‘2027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은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K-방산이 글로벌 무기체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방사청이 행정 중심 기관을 넘어 기술적 통찰과 현장 감각을 겸비한 ‘산업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뒷받침할 전문 역량의 고도화

방산업계는 방사청의 ‘전문성 고도화’를 K-방산 질적 도약의 선결 과제로 꼽는다. 발주 단계에서부터 명확하고 정교한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사업 결과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기술 경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다목적무인차량(UGV)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은 이러한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역량이 핵심인 사업이었지만 평가 기준의 모호성 논란이 불거지며 ‘주관적 심사’ 논쟁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첨단 무기 전력화 지연이라는 비용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이는 방사청이 단순한 행정 조직을 넘어 기술 도면과 현장 프로세스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판정하는 ‘기술 판단 기관’으로 진화해야 함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 수주 한 건이 글로벌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업체 간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조율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밀착형 조직 운영을 통한 거버넌스 개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청 신설 등 현장 밀착형 조직 운영이 거론된다. 다만 효율성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행정이 일상화된 시대에 공간 중심 행정은 오히려 역행일 수 있다”고 했다. 

쿠키뉴스가 방산 전문가 3인을 취재한 결과, 중앙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창원·구미 등 주요 생산 거점으로 분산해 현장 밀착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지방청을 신설해 지역 방산 생태계를 밀착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호성 국립창원대 첨단방위공학학과 교수는 행정 조직 신설보다는 실질적인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출장 기록 등 실증 데이터를 분석해 왕래가 빈번한 지역에 해당 사업부를 배치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지방청 대신 ‘국방신속원 지역 분원(한국형 DIU)’ 설치를 제안했다. 창원(성능개량)과 구미(유무인복합) 등 지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해 민간 첨단기술을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인력의 질적 재배치와 제도적 뒷받침

업계는 조직의 형태나 규모보다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적 혁신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별로 책임감 있는 인사가 지역에 파견되어 근무할 때 실효성이 생긴다”며, 전공과 경력을 고려한 전문 인력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조율해야 실무적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사 제도 역시 ‘질적 재배치’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문 인력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조율해야 실질적인 실무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방위사업 전담 직렬’ 도입에 대해서는 김호성 교수가 “전문성 확보라는 명분은 좋지만 조직의 경직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기존 전문관 제도의 성과를 먼저 분석하고 정교한 인적 설계를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등 대형 사업의 지연 배경에는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으로 결단을 미루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원준 교수는 “과거의 ‘부패 척결’ 프레임에 갇힌 보수적 의사결정 구조가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적극 행정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공무원이 감사 부담 없이 소신껏 판단할 수 있도록 ‘책임보험’이나 ‘적극 행정 면책’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나아가 도전적인 결정이 인사 평가에 반영되고 성과에 따른 실질적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보상 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형식적 보고에 그치지 않고 외부 싱크탱크나 컨설팅 기관의 ‘레드팀’ 시각을 접목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설 20주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기점이어야 한다”며 “방사청이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할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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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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