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꾸준히 취재하는 전훈칠 MBC 기자가 지난 2월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이란 책을 출간했다.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은 야구의 기록을 나열하지 않고 선수들이 겪은 시행착오 등을 재밌고 감동적으로 담았다. 또한 마이너리그 생활, 스프링캠프, 트레이드, 타격 장갑의 기원, 선수들이 받는 인센티브, 너클볼, 머니볼, 배트 플립, 홈구장에 얽힌 일화 등을 담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 듣고 싶어서 지난 1일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의 저자인 전훈칠 MBC 기자와 전화 연결해 책 이야기, 그리고 8일 개막하는 WBC에 대한 관전 포인트도 짚어 보았다. 다음은 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 기록이나 통계가 아닌 마음에 남은 이야기에 초점 뒀다”
- 2월에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이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처음인 것 같은데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메이저리그 관련된 책을 쓰고 싶었던 건 되게 오래됐는데요. 생활하다 보니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도 오랫동안 글이 모이면서 다행히 출간하게 됐고요. 원래 책이 1년 정도 더 빨리 나왔어야 되는 책이었는데 제 개인 사정으로 지금 나오게 됐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잘 된 것 같기도 합니다.”
- 왜 늦게 나온 게 더 잘 된 건가요?
“사실 원고는 어느 정도 돼 있던 상황이었는데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를 쓸 때 약간 시간을 갖고 예전부터 돌아보면서 쓰는 시간이 본의 아니게 생기다 보니까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부제가 ‘숫자 대신 마음으로 쓴 MLB 이야기’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최근에 사실에 메이저리그 전문가나 메이저리그 관심 많으신 분들의 통계나 기록 관련해 분석하는 책이 조금 있는데요. 통계나 기록으로 바라보는 것 말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은 통계나 기록으로 한 접근이 아니고 나름대로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에 초점을 뒀다는 의미예요.”
- 메이저리거들의 기록이 아닌 선수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를 묶은 건데 이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어요?
“제가 기자 되기 전에 메이저리그를 좋아해서 친구들하고 동호회 만들고 웹사이트 만들던 시절에 메이저리그를 알면 알수록 되게 사람들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 갖고 글로 쓰려고 알아보다 보니 훨씬 더 안에 깊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기록과 상관없이 유명하지 않거나 대기록을 남긴 선수가 아니어도 굉장히 가슴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 이런 얘기를 더 모으게 됐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까 제 책에 있는 이야기들 소재 자체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들도 많고 혹시나 소개됐던 소재라도 이 정도로 많이 탐구한 책 한국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회사에 조승원 기자가 계세요. 그분이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걸 쓰는 과정을 옆에서 조금 봤어요. 보면서 막연하게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현실화 된 거죠.”
“메이저리그 매력은 선수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것”
- 기자님은 메이저리그 취재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메이저리그 관심 가지게 되셨어요?
어릴 때부터 저처럼 야구 좋아하시던 분들이 많이 계셨을 거고, 또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가면서 또 관심 갖게 되고 이런 분들은 되게 많았을 것 같고요. 저는 메이저리그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그런 게 많다 보니까 정말 군데군데에 숨어 있는 이야기 이야깃거리가 굉장히 많고 이런 거에 흥미를 느꼈었어요.
기자가 된 이후에는 아무래도 국내 야구는 워낙 국내 야구 다루시는 기자분들이 많잖아요. 또 저보다 훨씬 현장 취재 많이 하시는 기자분들도 많기 때문에 국내 야구는 제가 저보다 더 많이 아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제가 솔직히 국내 야구만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났어요. 물론 메이저리그도 저보다 더 많이 취재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한국 야구 비해서는 메이저리그에 저처럼 관심 많이 가진 분들이 없다 보니까 관심 더 갖게 되면서 더 이야깃거리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 기자님이 생각하는 메이저리그의 매력은 뭘까요?
“역시 매력이라고 하면 당연히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기막힌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있겠지만 워낙 최상위 리그다 보니 우리 선수들도 메이저리그 가려고 노력 많이 하잖아요. 이렇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야구도 잘하고 세계 최상위 리그인 데다가 그런 스토리도 훨씬 더 풍부한 게 매력인 것 같아요.”
- 책 쓰실 때 중점 둔 부분은 뭐예요?
“제가 어디서 접했던 이야기 중 ‘이거 굉장히 신기하고 흥미롭고 기막힌 이야기인데’라고 일단 느껴야 되는 거죠. 누가 시켜서 쓴 글은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 저 스스로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이야기들 위주로 쓰기 시작했고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중점은 제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써야지라고 미리 생각했다기보다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건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모아서 쓴 것 같아요.”
- 기자님 생각에 제일 재밌는 이야기는 뭐예요?
“제가 여기 쓴 글 중에 타격 장갑의 시초를 찾다가 발견한 이야기라는 게 있어요. 그 이야기가 처음에 타격 장갑이라는 게 어떻게 생겼다는 얘기 한 줄 듣고 처음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더 이야기가 많고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타격 장갑에 대한 이야기가 시대상까지 반영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된 타격 장갑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다음에 에스트로돔이라고 휴스턴의 돔구장 이야기가 있어요. 돔구장이라는 것 때문에 인조 잔디가 발명된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이것도 찾다 보니까 굉장히 깊숙한 이야기들이 있어요. 아마 이 에스트로돔 이야기는 해외에서 자료도 많이 제가 사서 봤거든요. 그래서 글 하나 완성되는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린 기억이 나고요.
하나 더 붙이자면 뒤에 외국 선수 이름을 한국어로 표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선수 이름 표기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예전부터 네티즌들이 그걸로 싸우고 우길 때 보면 저도 공감이 갈 때도 있고 이건 아닌데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거기에 대해서 저도 공부를 좀 하다 보니까 어떻게 글까지 쓰게 돼서 그 부분이 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 타격 장갑 이야기하셨잖아요. 여는 타격장갑 원래 끼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저도 처음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기자님 말씀대로 당연히 야구 선수가 장갑을 끼는 게 당연한 줄 알았고 제가 야구 처음 볼 때만 해도 장갑 안 끼는 타자들이 되게 신기한 사람처럼 취급했죠, 그런데 과거 60년대에 어떤 선수가 처음 장갑 낀 게 자기라고 인터뷰한 걸 보고 그런가 보다 했죠, 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 말이 사실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걸 보고 저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자료 많이 찾아보니까 물론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타격 장갑을 처음 썼던 사람의 증거는 없습니다. 과거에 장갑을 처음 꼈다고 주장하는 사람 말은 본인의 연봉이 좀 부족해서 다른 돈벌이를 하다가 장갑을 끼고 야구장에 와서 전파가 됐다고 해요. 그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고 특이하지만,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별도로 돈벌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또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는 게 되게 흥미롭더라고요.”
- 메이저리거들이 많은데 책에 쓴 사람은 한정적이죠. 기준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쓴 책에 어떤 장은 레전드들의 모음이라고 해서 선수에 관한 어떤 블럭이 따로 있는데 사실은 이 책 전체가 좀 덜 유명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거든요. 나름대로 책을 구성하다가 레전드들은 따로 묶어도 되겠다 싶어서 묶은 거고 전반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썼어요.”
- 스즈키 이치로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치로 선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지 않나요?
“일본 대표팀의 이치로 선수에 대해서는 저도 상당히 껄끄러운 생각도 들고 얄미운 선수라는 생각이 들긴 하죠, 근데 제가 시애틀이라는 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치로 선수가 하는 걸 보면 이 선수의 개인적인 사적인 부분이나 성격까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경기장에서 드러나는 면모들은 기막힌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그런 글을 쓰게 됐어요. 물론 이 선수가 일본 취재진 대할 때 좀 이상하게 행동하거나 오해받게 행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선수가 야구적인 면 말고 다른 부분은 좀 괴팍한 측면도 있는 부분도 나름대로 반영했어요. 그러나 어쨌건 이치로라는 선수 자체는 신기하면서 대단한 선수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 제키 로빈슨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메이저리그 흑인 최초 선수던데 선수 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재키 로빈슨이 아마 메이저리그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인 건 다 아시죠. 다 아는 얘기는 뻔하니까 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어디서 알 수 없나 해서 나름대로 다큐멘터리나 책 구입해서 자료를 보니까 디테일한 부분에서 정말 차별당한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더라고요. 우리가 그냥 차별 심하게 당해서 힘들었겠지란 정도가 아니라 이러면 굳이 야구를 더 할 생각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의지나 이런 부분이 정말 남다르더라고요. 제가 이해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여서 나름대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정성 들여 글 남기려고 했습니다.”
- 중간중간 KBO리그 이야기도 넣으셨잖아요. 왜 넣으신 건가요?
“일단 제가 얘기했다시피 한국 야구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보니까 나름대로 한국 야구를 취재하면서도 비슷한 결의 대스타나 대기록 세운 선수 말고 유명하거나 대스타가 아닌데도 인터뷰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차에 출판사 대표님께서 혹시 KBO 리그 얘기 중에도 넣을 만한 게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있었어요. 어차피 많은 분이 즐기면 좋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알려지지 않았거나 덜 알려졌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들 같이 구성해서 넣게 됐습니다.”
“김혜성 선수. WBC에서 키플레이어”
- 8일부터 WBC가 시작되잖아요. WBC에서 관전 포인트는 어떤 걸까요?
“WBC는 축구 월드컵과 비슷한 부분이 있거든요. 실제로 일종의 A매치 개념인데 예를 들어서 월드컵도 우리가 포르투갈보다 축구 잘한다고 생각 안 하지만 월드컵 역대 전적 2전 2승이거든요. 이런 것처럼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한 경기만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특히 야구가 이변이 많은 종목이기는 하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관전 포인트라면 특히 일본전이죠. 한일전에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의미 있게 경기하냐예요. 경기 결과를 떠나서 의미 있게 나름대로 결과 만드느냐죠. 우리나라도 반대로 예전에, WBC에서 이스라엘 등의 팀들한테 지거나 고전한 적이 있거든요. 반대로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괴롭히는 부분이 나올지 이런 부분을 좀 보면서 즐기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어디까지 갈까요?
“이것도 월드컵하고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16강 당연히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이 경기는 최대한 안 지는 방향으로 접근하다 보면 16강에 갈 수도 있고 실제로 16강에 갔고요. 16강 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단판 승부니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조별 예선은 도쿄 1라운드 같은 경우 5팀 중에 2등까지 8강에 올라가는데 지금은 조 편성으로 봤을 때 실력으로만 보면 일본에 이어서 2위 하는 게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만약에 일본에 진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팀을 이겨서 2위에 오르면 8강에 갈 수 있고 8강부터는 사실 4강 정도 가는 건 충분히 알 수 없는 일이거든요. 제가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상승세를 많이 타는 팀 중에 하나라고 보거든요. 실제로 2006년이나 2009년에도 그랬었고요. 그래서 조별 리그만 탈락하지 않고 통과하면 그다음부터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봅니다.”
- 기자님이 생각하는 키플레이어는 누구예요?
“일단 모든 사람이 지금 이정후 선수 등 유명한 선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키움 소속의 김혜성 선수가 있어요. 김혜성 선수는 항상 우리나라 전문가보다 해외 전문가의 평가가 좋은 선수거든요. 당연히 이정후 선수 같은 경우야 너무 유명하고 잘하길 바랍니다만 이정후 선수 이외에 저는 김혜성 선수가 조금 나름대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한번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투수 중에서는 구창모 선수가 있어요. 구창모 선수가 사실 국내에서는 내구성에 아쉬움이 있는 투수로 평가되는데 잘 던지는 날 보면 정말 이만한 투수가 있나 싶을 정도거든요. 예전에 윤석민 선수가 2009년 WBC에서 베네수엘라 상대로 상당히 잘해서 결국 미국 팀 진출까지 했었는데 저는 구창모 선수도 물론 팀과 장기 계약이 돼 있는 선수지만 해외 무대에 한 번 가서 한 번 제대로 긁히면 어떤 정도까지 보여줄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 듣고 싶어서 지난 1일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의 저자인 전훈칠 MBC 기자와 전화 연결해 책 이야기, 그리고 8일 개막하는 WBC에 대한 관전 포인트도 짚어 보았다. 다음은 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 기록이나 통계가 아닌 마음에 남은 이야기에 초점 뒀다”
- 2월에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이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처음인 것 같은데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메이저리그 관련된 책을 쓰고 싶었던 건 되게 오래됐는데요. 생활하다 보니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도 오랫동안 글이 모이면서 다행히 출간하게 됐고요. 원래 책이 1년 정도 더 빨리 나왔어야 되는 책이었는데 제 개인 사정으로 지금 나오게 됐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잘 된 것 같기도 합니다.”
- 왜 늦게 나온 게 더 잘 된 건가요?
“사실 원고는 어느 정도 돼 있던 상황이었는데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를 쓸 때 약간 시간을 갖고 예전부터 돌아보면서 쓰는 시간이 본의 아니게 생기다 보니까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부제가 ‘숫자 대신 마음으로 쓴 MLB 이야기’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최근에 사실에 메이저리그 전문가나 메이저리그 관심 많으신 분들의 통계나 기록 관련해 분석하는 책이 조금 있는데요. 통계나 기록으로 바라보는 것 말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은 통계나 기록으로 한 접근이 아니고 나름대로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에 초점을 뒀다는 의미예요.”
- 메이저리거들의 기록이 아닌 선수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를 묶은 건데 이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어요?
“제가 기자 되기 전에 메이저리그를 좋아해서 친구들하고 동호회 만들고 웹사이트 만들던 시절에 메이저리그를 알면 알수록 되게 사람들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 갖고 글로 쓰려고 알아보다 보니 훨씬 더 안에 깊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기록과 상관없이 유명하지 않거나 대기록을 남긴 선수가 아니어도 굉장히 가슴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실감하면서 이런 얘기를 더 모으게 됐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까 제 책에 있는 이야기들 소재 자체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들도 많고 혹시나 소개됐던 소재라도 이 정도로 많이 탐구한 책 한국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회사에 조승원 기자가 계세요. 그분이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걸 쓰는 과정을 옆에서 조금 봤어요. 보면서 막연하게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현실화 된 거죠.”
“메이저리그 매력은 선수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것”
- 기자님은 메이저리그 취재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메이저리그 관심 가지게 되셨어요?
어릴 때부터 저처럼 야구 좋아하시던 분들이 많이 계셨을 거고, 또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가면서 또 관심 갖게 되고 이런 분들은 되게 많았을 것 같고요. 저는 메이저리그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그런 게 많다 보니까 정말 군데군데에 숨어 있는 이야기 이야깃거리가 굉장히 많고 이런 거에 흥미를 느꼈었어요.
기자가 된 이후에는 아무래도 국내 야구는 워낙 국내 야구 다루시는 기자분들이 많잖아요. 또 저보다 훨씬 현장 취재 많이 하시는 기자분들도 많기 때문에 국내 야구는 제가 저보다 더 많이 아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제가 솔직히 국내 야구만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났어요. 물론 메이저리그도 저보다 더 많이 취재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한국 야구 비해서는 메이저리그에 저처럼 관심 많이 가진 분들이 없다 보니까 관심 더 갖게 되면서 더 이야깃거리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 기자님이 생각하는 메이저리그의 매력은 뭘까요?
“역시 매력이라고 하면 당연히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기막힌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있겠지만 워낙 최상위 리그다 보니 우리 선수들도 메이저리그 가려고 노력 많이 하잖아요. 이렇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야구도 잘하고 세계 최상위 리그인 데다가 그런 스토리도 훨씬 더 풍부한 게 매력인 것 같아요.”
- 책 쓰실 때 중점 둔 부분은 뭐예요?
“제가 어디서 접했던 이야기 중 ‘이거 굉장히 신기하고 흥미롭고 기막힌 이야기인데’라고 일단 느껴야 되는 거죠. 누가 시켜서 쓴 글은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 저 스스로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이야기들 위주로 쓰기 시작했고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중점은 제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써야지라고 미리 생각했다기보다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건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모아서 쓴 것 같아요.”
- 기자님 생각에 제일 재밌는 이야기는 뭐예요?
“제가 여기 쓴 글 중에 타격 장갑의 시초를 찾다가 발견한 이야기라는 게 있어요. 그 이야기가 처음에 타격 장갑이라는 게 어떻게 생겼다는 얘기 한 줄 듣고 처음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더 이야기가 많고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타격 장갑에 대한 이야기가 시대상까지 반영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된 타격 장갑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다음에 에스트로돔이라고 휴스턴의 돔구장 이야기가 있어요. 돔구장이라는 것 때문에 인조 잔디가 발명된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이것도 찾다 보니까 굉장히 깊숙한 이야기들이 있어요. 아마 이 에스트로돔 이야기는 해외에서 자료도 많이 제가 사서 봤거든요. 그래서 글 하나 완성되는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린 기억이 나고요.
하나 더 붙이자면 뒤에 외국 선수 이름을 한국어로 표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선수 이름 표기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예전부터 네티즌들이 그걸로 싸우고 우길 때 보면 저도 공감이 갈 때도 있고 이건 아닌데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거기에 대해서 저도 공부를 좀 하다 보니까 어떻게 글까지 쓰게 돼서 그 부분이 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 타격 장갑 이야기하셨잖아요. 여는 타격장갑 원래 끼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저도 처음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기자님 말씀대로 당연히 야구 선수가 장갑을 끼는 게 당연한 줄 알았고 제가 야구 처음 볼 때만 해도 장갑 안 끼는 타자들이 되게 신기한 사람처럼 취급했죠, 그런데 과거 60년대에 어떤 선수가 처음 장갑 낀 게 자기라고 인터뷰한 걸 보고 그런가 보다 했죠, 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 말이 사실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걸 보고 저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자료 많이 찾아보니까 물론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타격 장갑을 처음 썼던 사람의 증거는 없습니다. 과거에 장갑을 처음 꼈다고 주장하는 사람 말은 본인의 연봉이 좀 부족해서 다른 돈벌이를 하다가 장갑을 끼고 야구장에 와서 전파가 됐다고 해요. 그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고 특이하지만,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별도로 돈벌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또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는 게 되게 흥미롭더라고요.”
- 메이저리거들이 많은데 책에 쓴 사람은 한정적이죠. 기준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쓴 책에 어떤 장은 레전드들의 모음이라고 해서 선수에 관한 어떤 블럭이 따로 있는데 사실은 이 책 전체가 좀 덜 유명해서 그렇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거든요. 나름대로 책을 구성하다가 레전드들은 따로 묶어도 되겠다 싶어서 묶은 거고 전반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썼어요.”
- 스즈키 이치로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치로 선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지 않나요?
“일본 대표팀의 이치로 선수에 대해서는 저도 상당히 껄끄러운 생각도 들고 얄미운 선수라는 생각이 들긴 하죠, 근데 제가 시애틀이라는 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치로 선수가 하는 걸 보면 이 선수의 개인적인 사적인 부분이나 성격까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경기장에서 드러나는 면모들은 기막힌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그런 글을 쓰게 됐어요. 물론 이 선수가 일본 취재진 대할 때 좀 이상하게 행동하거나 오해받게 행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선수가 야구적인 면 말고 다른 부분은 좀 괴팍한 측면도 있는 부분도 나름대로 반영했어요. 그러나 어쨌건 이치로라는 선수 자체는 신기하면서 대단한 선수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 제키 로빈슨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메이저리그 흑인 최초 선수던데 선수 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재키 로빈슨이 아마 메이저리그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인 건 다 아시죠. 다 아는 얘기는 뻔하니까 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어디서 알 수 없나 해서 나름대로 다큐멘터리나 책 구입해서 자료를 보니까 디테일한 부분에서 정말 차별당한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더라고요. 우리가 그냥 차별 심하게 당해서 힘들었겠지란 정도가 아니라 이러면 굳이 야구를 더 할 생각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의지나 이런 부분이 정말 남다르더라고요. 제가 이해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여서 나름대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정성 들여 글 남기려고 했습니다.”
- 중간중간 KBO리그 이야기도 넣으셨잖아요. 왜 넣으신 건가요?
“일단 제가 얘기했다시피 한국 야구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보니까 나름대로 한국 야구를 취재하면서도 비슷한 결의 대스타나 대기록 세운 선수 말고 유명하거나 대스타가 아닌데도 인터뷰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차에 출판사 대표님께서 혹시 KBO 리그 얘기 중에도 넣을 만한 게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있었어요. 어차피 많은 분이 즐기면 좋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알려지지 않았거나 덜 알려졌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들 같이 구성해서 넣게 됐습니다.”
“김혜성 선수. WBC에서 키플레이어”
- 8일부터 WBC가 시작되잖아요. WBC에서 관전 포인트는 어떤 걸까요?
“WBC는 축구 월드컵과 비슷한 부분이 있거든요. 실제로 일종의 A매치 개념인데 예를 들어서 월드컵도 우리가 포르투갈보다 축구 잘한다고 생각 안 하지만 월드컵 역대 전적 2전 2승이거든요. 이런 것처럼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한 경기만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특히 야구가 이변이 많은 종목이기는 하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관전 포인트라면 특히 일본전이죠. 한일전에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의미 있게 경기하냐예요. 경기 결과를 떠나서 의미 있게 나름대로 결과 만드느냐죠. 우리나라도 반대로 예전에, WBC에서 이스라엘 등의 팀들한테 지거나 고전한 적이 있거든요. 반대로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괴롭히는 부분이 나올지 이런 부분을 좀 보면서 즐기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어디까지 갈까요?
“이것도 월드컵하고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16강 당연히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이 경기는 최대한 안 지는 방향으로 접근하다 보면 16강에 갈 수도 있고 실제로 16강에 갔고요. 16강 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단판 승부니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조별 예선은 도쿄 1라운드 같은 경우 5팀 중에 2등까지 8강에 올라가는데 지금은 조 편성으로 봤을 때 실력으로만 보면 일본에 이어서 2위 하는 게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만약에 일본에 진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팀을 이겨서 2위에 오르면 8강에 갈 수 있고 8강부터는 사실 4강 정도 가는 건 충분히 알 수 없는 일이거든요. 제가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상승세를 많이 타는 팀 중에 하나라고 보거든요. 실제로 2006년이나 2009년에도 그랬었고요. 그래서 조별 리그만 탈락하지 않고 통과하면 그다음부터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봅니다.”
- 기자님이 생각하는 키플레이어는 누구예요?
“일단 모든 사람이 지금 이정후 선수 등 유명한 선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키움 소속의 김혜성 선수가 있어요. 김혜성 선수는 항상 우리나라 전문가보다 해외 전문가의 평가가 좋은 선수거든요. 당연히 이정후 선수 같은 경우야 너무 유명하고 잘하길 바랍니다만 이정후 선수 이외에 저는 김혜성 선수가 조금 나름대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한번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투수 중에서는 구창모 선수가 있어요. 구창모 선수가 사실 국내에서는 내구성에 아쉬움이 있는 투수로 평가되는데 잘 던지는 날 보면 정말 이만한 투수가 있나 싶을 정도거든요. 예전에 윤석민 선수가 2009년 WBC에서 베네수엘라 상대로 상당히 잘해서 결국 미국 팀 진출까지 했었는데 저는 구창모 선수도 물론 팀과 장기 계약이 돼 있는 선수지만 해외 무대에 한 번 가서 한 번 제대로 긁히면 어떤 정도까지 보여줄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