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통합과 혁신은 정반대의 말”…인요한 혁신위 일침 [쿡 인터뷰①]

이준석 “통합과 혁신은 정반대의 말”…인요한 혁신위 일침 [쿡 인터뷰①]

“정치는 공개석상서 하는 일…직 걸고 ‘직언’해야”
“민심, 尹대통령 변화 원해”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발족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이 임명과 함께 강조한 ‘통합’은 혁신위가 추구해야 하는 ‘혁신’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주장으로 혁신위가 옳은 길로 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통합은 ‘한 자리씩 줄게 같이 가자’ 이런 식의 말”이라며 “지금은 혁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혁신은 잘잘못을 따져서 잘 되는 방향으로 가자는 어떤 판단의 기준이 있다”며 “지난 1년 반 동안 당과 국정을 망쳐놓은 것에 대해 잘못했음을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금 통합을 말하는 것은 오물을 같이 묻히자는 것과 같다”며 “천하람 위원장도 윤희숙 전 의원도 혁신위원 제안을 그래서 고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혁신위원 인선에 난항을 겪은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다고 봤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우선 해야 할 것은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하는 일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국민은 강서구청장 선거를 통해 대통령의 각성을 명령했는데 국민의힘은 어영부영 시간 끌면서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지금 변화해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기에 인 위원장이 심각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거침없이 이야기하겠다’고 발언한 인 위원장의 진정성에도 의문을 품었다. 이 전 대표는 “이정복 정무수석과 만나 기회가 주어지면 거침없이 대통령께 말한다고 했는데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며 “정치는 다 공개적인 발언으로 하는 것이다. 밀실에서 누구와 뭔 얘기했는지 대중은 알지 못한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그는 “대통령이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직을 걸겠다든지 대통령을 포함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천 개입 시도가 있으면 바로 제명을 요구하겠다든지 강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도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순직한 채상병 사건 수사 얘기를 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권력의 부당에 저항해 얻은 윤 대통령의 상징자산이 자기 부정으로 무너진 것 같다고 느껴져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다음은 이 전 대표와 일문일답.

-16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눈물의 진짜 의미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복받쳤다. 기자회견을 통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대통령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고 지난 17개월의 실정을 열거했다. 처음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얘기를 하는데 순직한 채상병의 부모님과 진실을 밝히겠다는 박정훈 대령의 탄압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건 정말 잘 못 됐다’고 생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 검사 시절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박 대령을 ‘항명 수괴’ ‘반정부 세력’으로 몰려고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럼 뭘 하려고 정권을 잡은 건가 생각도 들었다. 권력자의 부당에 저항하는 게 큰 상징자본을 상실한 것 같다. 과거 천안함 행사에 가서도 비슷한 감정에 눈물 흘린 적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오류들을 인정해 달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말인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인가
▷뭐라고 이름 붙일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 국민은 대통령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국민은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경제 지표가 지금 내림세인데 대통령은 자신을 ‘1호 영업사원’으로 홍보하면서 자화자찬한다.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에 수조 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 계약을 성사한 것을 두고 ‘세일즈 외교’라고 하지만 치적이라고 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전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고, 사우디가 전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에서 배를 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 보수가 한창 비판받았던 ‘MOU 정치’를 다시 재현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외치’를 통해 ‘내치’를 덮으면 안 된다.

-부산 엑스포 유치 노력은 어떻게 보나
▷부산에 활력이 생기기 위해 일단 부산 엑스포 유치를 간절히 바란다. 대통령이 왜 부산 엑스포를 세게 배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치 전략이 너무 올드하다. 88서울올림픽(제24회 서울 올림픽) 유치만 보더라도 기민했다. 당시 우리는 분단국가인 상황을 이용해 자유·공산 진영의 대립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홍보 전략을 폈다. 이를 바탕으로 제3세계 국가들의 완전한 지지를 받아내면서 성공한 것이다. 지금은 뉴욕에 가서 40개국 정상회담을 하고선 ‘열심히 해 코피가 터졌다 나 열심히 잘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 사과는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기에 망설이나
▷‘한국에서는 사과하면 망한다’라는 말도 있지만,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법’을 소개해 놓은 글도 있다. 사과할 땐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얘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며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혀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과로 받아들여진다. 성난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게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태블릿PC 건이 터진 다음 국민 눈높이에서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면 국민이 한 번 더 신뢰를 보냈을지 모른다. 임기 1년 반밖에 안 지났지만, 윤 대통령은 그 지점에 와 있다고 본다. 가장 솔직한 얘기를 내놓을 때 국민은 윤 대통령을 다시 믿어보자고 할 것이다.

-반성의 의미로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띄웠다. 친이준석계로 불린 천하람 당협위원장이 혁신위 합류 제안을 거절했는데
▷천 당협위원장이 한 살 어리고, 생각이 비슷해 정치적 판단을 따로 지시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천 위원장의 혁신위 합류 제안 거절도 그렇게 보는데 난 정치를 같이 하는 이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 안 한다. 천 위원장뿐 아니라 최근 탈당한 신인규 변호사도 자존심이 굉장히 센 이들이다. 자존심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 값어치를 잘 안다. 각자 판단할 뿐이다. 보수 진영 젊은 정치인들은 신념에 따라 외롭게 정치하다가 저가 매수되곤 하는데 천 위원장은 자기 신념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당 대표 때 이미 최재형 혁신위를 띄웠다. 최근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와의 차이점은
▷최재형 혁신위는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나온 혁신위다. 반면 이번 인요한 혁신위는 진 선거 후 등장햇다. 최 위원장은 선거 직전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문 전 대통령의 뼈아픈 부분을 지적까지 했기에 ‘혁신의 칼’을 댈 수 있다고 판단해 부탁했다. 
믈론 인요한 위원장도 훌륭한 분이다. 다만 인선 발표된 지 사흘이 넘도록 대통령실 변화 촉구 지적이 없다는 게 아쉽다.

-인 위원장이 이진복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통령과 거침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평가 내리기엔 이르지 않나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정치는 다 공개적인 발언으로 하는 것이다. 밀실에서 누구와 뭔 얘기했는지는 알 바 아니다. 독립운동도 목숨 걸고 했다. 마음으로만 ‘독립운동할 생각이 있었다’라고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김기현 대표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민심 얘기를 한다’고 앞서 말했었다. 대통령이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직을 걸겠다든지 대통령을 포함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천 개입 시도가 있으면 바로 제명을 요구하겠다든지 강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도 기대하고 지켜볼 게 아닌가.

-오늘 혁신위원 명단이 발표됐다. 긍정적이라고 보는지
▷국민의힘이 파격적인 선거 아젠다를 못 내놓을 때를 보면 맨날 똑같은 모습이다. 지도부 꾸리는 데 호남·여성 배려를 얘기하지만 정작 적합한 사람은 아닌 경우가 많다. 호남 출신을 데려오지만 정작 호남 사람들은 우리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해도 보수가 과반은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정확하게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인식해 국민에게 드러나 보이게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문제 인식 자체가 뭔지 안 보인다. 

-인 위원장이 통합을 특별히 강조했는데 호응할 의지는
▷‘통합’과 ‘혁신’은 정반대의 말이다. 통합은 ‘한 자리씩 줄게 같이 가자’ 이런 거다. 혁신은 잘잘못을 따져서 잘 되는 방향으로 가자는 어떤 판단의 기준이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당과 국정을 망쳐놓은 것에 대해 잘못했음을 이야기하는 게 먼저다. 지금 통합을 말하는 것은 같이 오물 묻히자는 것이다. 이런 사실 때문에 천하람 위원장도 윤희숙 전 의원도 혁신위원 제안을 고사한 것이다. 혁신위원장이 그 가르마부터 제대로 트지 않으면 이용당하고 만다. 지금 변화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국민은 강서구청장 선거를 통해 대통령의 각성을 명령했는데 국민의힘은 어영부영 시간 끌면서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 위원장이 심각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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