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4)
[쿠키과학] ‘여성 자폐 보호막, 무너진다’… IBS, 성별 차이 원인 첫 규명

[쿠키과학] ‘여성 자폐 보호막, 무너진다’… IBS, 성별 차이 원인 첫 규명

생존 가능 동형접합 자폐 생쥐 모델 세계 최초 개발
여성 보호 효과, 발달 단계 따라 사라지는 현상 규명
CHD8 변이 강해질수록 암컷도 심각한 자폐 증상 확인
시냅스·RNA 스플라이싱·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연관

승인 2026-05-19 1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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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의 성별 차이와 유전적 심각성에 따른 기전 연구. IBS
자폐증의 성별 차이와 유전적 심각성에 따른 기전 연구. IBS

자폐증은 남성이 여성보다 4배가량 많다.

그러나 강력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폐증으로부터 여성을 지켜주던 보호막을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세계 최초로 밝혀 화제다.

이번 연구는 향후 성별과 중증도를 함께 고려한 맞춤형 자폐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IBS 김은준 시냅스뇌질환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과 연세대 의대 이은이 조교수 공동연구팀은 자폐증 핵심 원인 유전자인 ‘CHD8’의 생존 가능한 동형접합 변이 생쥐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반복 행동 등을 보이며, 세계 인구의 3.2%가 겪고 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약 4배 많지만, 왜 이런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과학계는 여성이 동일한 유전자 변이를 가져도 증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여성 보호 효과’ 가설을 제시했다.

이는 여성은 일정 수준까지 유전적 손상을 상쇄하는 보호 기전을 갖는 개념으로,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동물 모델과 신경생물학적 근거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자폐증 주요 원인 유전자로 꼽히는 CHD8에 주목했다.

CHD8은 DNA 구조를 조절하며 여러 유전자 발현을 통제하는 ‘유전자 지휘자’ 역할을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다양한 신경 발달장애 발생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CHD8 유전자 한 쌍 가운데 하나에만 변이가 있는 이형접합 생쥐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자폐 관련 증상이 약해 발병 원리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두 유전자 모두에 변이가 있는 동형접합 생쥐는 배아 단계에서 사망해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유전적 배경을 가진 생쥐를 교배하는 방식(C57BL6/J × 129/Sv 교잡종 배경)을 적용해 기존에는 생존이 어려웠던 동형접합 CHD8 변이 생쥐 모델을 확보했다.

새 모델과 기존 이형접합 모델을 비교해 뇌 발달 단계와 뇌 부위별 변화 양상을 정밀 분석하고, 뇌 부피와 뇌혈류량, 신경세포 활동,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 유전자 발현 패턴까지 다층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이형접합 생쥐에서는 자폐 관련 행동 이상이 주로 수컷에서 나타났지만, 새로 개발한 동형접합 생쥐에서는 암수 모두에서 뚜렷한 자폐 증상이 관찰됐다.

즉 유전자 변이가 약할 때는 암컷이 보호 효과를 통해 자폐 증상을 일정 부분 상쇄했지만, 변이가 강해지자 이 방어막이 무너지며 수컷과 유사한 수준의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자폐증의 성별 차이가 단순한 성별 특성이 아니라 유전자 변이 강도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을 처음 입증했다.

연구팀은 전사체 분석을 통해 성별 차이를 유발하는 분자 수준 기전도 확인했다.

시냅스 기능과 RNA 스플라이싱, 미토콘드리아 활성 관련 유전자들이 성별별 자폐 취약성과 보호 효과 차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생후 25일 암컷 생쥐에서는 시냅스 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며 돌연변이 영향을 스스로 상쇄하는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생후 56일 성체 단계에서는 이런 보호적 유전자 발현이 사라지고 오히려 기능 저하 양상으로 전환됐다.

이는 여성 보호 효과 역시 발달 단계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또 동형접합 생쥐에서는 뇌 부피 증가와 뇌혈류 감소가 동시에 관찰됐다.

연구팀은 CHD8 변이가 뇌의 물리적 성장과 실제 기능적 활성을 서로 다른 경로로 조절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생존 가능한 동형접합 CHD8 변이 생쥐 모델을 통해 중증 자폐의 발병 원리를 뇌 회로와 유전자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자폐증의 성별 차이가 유전자 변이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처음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성별과 중증도를 함께 고려한 맞춤형 자폐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Homozygous CHD8 mutation intensifies ASD phenotypes and attenuates sex difference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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