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3)
숫자는 채웠는데 왜?…인뱅 ‘체리피킹’ 정조준한 靑

숫자는 채웠는데 왜?…인뱅 ‘체리피킹’ 정조준한 靑

승인 2026-05-13 06:00:07
인터넷전문은해 3사. 쿠키뉴스 자료사진
인터넷전문은해 3사. 쿠키뉴스 자료사진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0%’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지만, 당초 설립 취지의 진정성은 의심받는 모양새다. 청와대가 이들의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골라내는 행위)’ 관행을 공개 저격하며 신용평가 시스템 전반의 손질을 압박하고 나선 탓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국 금융시장을 “가운데가 비어 있는 도넛 구조”에 빗대며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들이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포용은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 채, 안전한 고신용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주의 영업 전략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청와대의 발언 이후, 인뱅업계는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강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을 상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인터넷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포용금융 목표 비중을 올해 32%, 내년 34%, 2028년 35%까지 확대하겠다고 보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만 인터넷은행 3사는 모두 현행 기준치는 충족한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중·저신용 대출 신규 취급 비중은 45.6%, 잔액 기준은 32.3%로 목표를 상회했다. 출범 초기인 2020~2021년 10%대에 불과하던 잔액 비중은 2023년 말 30.4%를 넘어섰고, 누적 공급 규모는 16조원에 달한다. 케이뱅크도 1분기 기준 평균 잔액 비중(31.9%)과 신규 취급 비중(33.5%) 모두 기준선을 웃돌았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지난해 말 34.9%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규제에 포함된 상황에서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 목표 비중만 높아질 경우, 고신용자 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고신용 차주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진 건 맞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내부 신용평가 점수가 일정 기준 이상인 고객 위주로 한도를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류상으로는 중·저신용자지만 다중채무나 소득 불안정이 의심되는 고객은 상담 단계에서 상당수 탈락한”며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셀렉션’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차주 비중까지 확대할 경우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는 2023년까지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 등으로 제각각이었다가, 건전성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2024~2026년 ‘평균 잔액 30% 이상’으로 일원화된 전례가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공급하다 보면 1~2년 후 부실로 돌아오고, 결국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자체가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포용금융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단순한 비중 확대보다 건전한 자산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용금융 논의 속에서 비대면 금융 혁신의 공로가 외면받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언급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월세 대출은 영업점에 서류를 들고 가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다”며 “비대면 금융이 일상이 된 데는 인터넷은행이 선도한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용 혁신만 요구하면서, 정작 금융 혁신을 가능하게 해줄 성장 여력은 틀어막으면 인터넷은행은 10년 후 ‘혁신도 못 한 은행’으로 비판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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